김재승 “악역으로 시원하게 욕먹고 싶다”

입력 2015-11-14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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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로드엔터테인먼트

하나로 형용할 수 없는 눈매를 가졌다. 선한 듯 해보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매서운 눈이 인상적이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매력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드러내 인정받고 있는 연기자 김재승(32)은 요즘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놀고 있다. 무대는 MBC 주말드라마 ‘엄마’에서다.

그는 극중 엘리트코스를 밟고 권력과 부를 모두 가진 남자로 강한나의 약혼자 시경 역으로 출연 중이다. 최근 방송에서 젠틀한 모습에서 갑자기 돌변해 약혼자에게 손찌검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족드라마에서 유일한 악역인 셈이다.

연출을 맡은 오경훈 PD가 오디션을 보러온 김재승의 눈에서 “오묘함”을 발견하고 캐스팅했다. 그동안 각종 드라마에 출연해왔지만, 악역은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이번 드라마는 특별하다.

“내가 악역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나에게 그런 눈빛이 있다는 것은 더 흥미로웠다. 악역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하더라. 또 상위 1%의 삶도 꽤나 재미있다. 하하!”

사실 김재승은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과 쉽게 연관되지 않는다. 영화와 같은 그의 데뷔와 비교하면 낮은 인지도가 아쉬울 정도다.

2004년 MBC 시트콤 ‘논스톱4’가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던 때 김재승은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곧바로 방송에 투입된 ‘황태자’였다. 당시 귀공자를 연상케 하는 외모로 눈길을 끌었다. 함께 출연했던 현빈과 장근석은 한류스타 자리에 올랐다.

“정말 부끄럽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것 같다. 대사도 별로 없었지만,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로 각종 드라마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전 인생 정점을 ‘찍을 뻔’한 드라마 주인공에 캐스팅되어 첫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천청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 드라마는 시청률 40%를 넘었고, 그 주인공은 연기자로서 우뚝 서게 됐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무엇 하겠나.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PD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리게 됐다.”

하지만 불행은 연이어 일어났다.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출연 중이던 드라마는 조기종영을 했고, 그는 충격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아버지의 사고가 가장 컸다. 그 충격으로 몇 년을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대를 했지만, 쉽사리 헤어 나올 수가 없더라.”

그나마 지난해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기가 좋다”는 그의 올해 목표는 “욕먹기”다. 인지도를 올려보겠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주위에서 “착하게 살라”라는 쓴소리가 이어져오는 것을 어느 정도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다.

“악역이 욕먹기 딱 좋은 것 같다. 하하하! 제대로 연기해서 제대로 욕좀 먹어보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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