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의 재치있는 플레이 ‘고의낙구’ 아니다

입력 2015-11-1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우규민. 스포츠동아DB

LG 우규민. 스포츠동아DB

‘프리미어 12’ 미국전 10회초 더블플레이
직선타구·번트는 ‘인필드 플라이’서 제외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미국-한국의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이머 12’ 조별예선 B조 최종전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규정에 따라 무사 1·2루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됐다. 첫 타자 애덤 프레이저의 번트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플라이 타구여서 1루주자와 2루주자는 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국 투수 우규민(LG)은 순간적으로 재치를 발휘했다. 공을 노바운드로 잡는 척하다 원바운드로 처리해 3루로 던져 2루주자를 포스아웃시켰다. 그리고 3루수 황재균(롯데)이 2루로 던져 1루주자마저 포스아웃시켜 ‘포스 더블플레이’를 완성해 2사 1루로 만들었다.

이는 팬들은 물론 야구를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살아있는 교본으로 삼을 만한 플레이로, 야구규칙을 많이 함축하고 있다.

우선 야구규칙 2.40에 설명된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와 관련이 있다. ‘인필드 플라이’는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2루 또는 만루일 때 타자가 친 것이 플라이볼이 되어 내야수가 평범한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로 규정돼 있다. 공격 측의 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이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면 타자주자는 무조건 아웃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주자는 자신이 점유하고 있던 베이스를 비워줄 필요가 없다. 수비 측에서 일부러 평범한 내야 플라이볼을 놓친 뒤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규칙이다.

그러나 인필드 플라이 상황이라도 야구규칙에는 ‘직선타구 또는 번트한 것이 떠올라 플라이볼이 된 것은 제외’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미국전에서 우규민은 이런 규칙을 이용해 재치 있게 더블플레이에 성공한 것이다.

종종 이런 플레이와 관련해 ‘고의낙구’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고의낙구(intentional drop)는 ‘무사 또는 1사에 주자 1루, 1·2루, 1·3루, 만루에서 내야수가 더블플레이를 의식해 플라이(라인 드라이브 포함) 타구를 잡거나 일단 글러브에 넣었다가 일부러 떨어뜨리는 플레이’를 말한다. 고의낙구로 판정되면 타자주자가 아웃된다는 점은 인필드 플라이와 같다. 그러나 주자가 1루에만 있거나 1·3루일 때도 적용되고, 번트와 직선타구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인필드 플라이와는 다르다. 고의낙구는 플라이볼이 야수의 신체나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을 때 적용하는 용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