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대회 운영도 ‘아마추어’
이대로라면 대회 존속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가 초대 대회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프리미어 12는 확고한 목적과 당위성을 지닌 대회다. 국제대회의 다양성 확보와 이를 통한 야구의 올림픽 정식종목 부활이다. 그러나 이를 선도할 수 있을지에는 의구심이 든다. 대회를 창설할 때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은 각국을 방문하며 협조를 구했다. 특히 개최국 일본, 대만과 함께 아시아야구의 3강인 한국의 협조는 대회의 흥망성쇠와 직결돼 있었다. 결국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를 관장하는 KBO가 나섰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에 대한 배려는 없다. 사실 배려보다는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의 개막전을 굳이 안방에서 개최한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아예 “일본이 우승해야 이 대회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 내에선 그냥 우승이 아니라, ‘전승 우승’을 해야 일본의 권위가 살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를 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조별예선과 8강전이 열린 대만의 대회 운영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조직위원회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8강전 일정은 개최국 대만의 최종순위 등 흥행을 고려하다 하루 전날인 15일 오후 10시40분(현지시간)에야 발표했다. 발표 당시 타이베이 티엔무구장 조명 관제탑에 불이 나 소방차가 진압 중이었는데도 한국-쿠바전을 16일 티엔무구장에 배정했고, 결국 자정을 넘겨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으로 변경했다. B조 예선이 열린 타이베이에서 타이중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 그나마 한국은 야간경기였지만, B조 4위 멕시코는 화재에 불똥이 튀어 오후 6시30분에서 낮 12시30분으로 경기시간이 바뀌었다. 또 일본은 4강 진출 시 자신들의 경기를 19일에 배정해달라고 9월부터 요청했다. 준결승은 19일과 20일 도쿄돔에서 열리는데, 21일 예정된 결승전을 고려해 하루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4강전 일정도 16일 8강전 4경기가 모두 끝난 뒤 확정됐다.
이번 대회는 참가국들의 의지를 끌어내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멕시코는 자국 내 세력다툼으로 인해 대회 개막 직전까지 출전이 불투명했다. 또 설득에 넘어가 출전했지만, 남의 잔치에 들러리를 선 듯한 10개국은 어떤 생각을 할까. 곳곳에서 “아마추어 같다”는 소리만 들린다. WBSC의 간곡한 요청에 적극 협조한 KBO도 한숨만 내쉴 뿐이다.
타이중(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