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엔트리
아이유는 21일과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자신의 두 번째 전국투어 콘서트 ‘CHAT-SHIRE’를 열고 이틀 합계 6000여 팬들을 만났다.
이날 콘서트가 관심을 모은 가장 큰 이유는 한동안 인터넷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ZeZe’ 논란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으로, 과연 이날 아이유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또 어떤 심경일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유는 논란에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22일 콘서트 5번째 곡으로 ‘ZeZe’를 선택한 아이유는 곡을 부르기 전 다소 멋쩍은 웃음을 터트리긴 했지만 “어제도 똑같이 말했지만 내가 변함없이 사랑하는 곡을 들려주겠다”라고 말해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또 뮤직비디오 속 로리타적인 이미지가 포함됐다는 의혹을 받은 ‘스물셋’ 역시도 앨범 발표당시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겠다”라는 약속대로 이날 무대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고, 무대이후 “댄스가수 같았나? 이곡은 뭔가 1집 때부터 댄스가수 같은 느낌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어보였다.
사실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 힘든 논란으로 인해 콘서트에서 그 곡을 부르지 않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그 강도가 워낙에 거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심적인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아이유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굳센 정신력을 지닌 가수였고, 이날 콘서트에서 때론 강하게, 때론 위트 있는 모습으로 부담감을 뛰어넘었다.
사진|로엔트리
오히려 이날 팬들의 걱정을 자아낸 부분은 ‘마음’이 아닌 ‘몸’이었다. 아이유는 “최근 살이 빠져서 체력이 될지가 걱정이었다. 오프닝이 슬픈 노래가 없는데 관객중에 오프닝을 보고 운 분이 있다. 유인나 언니가 치마를 찢는데 내가 너무 말라서 엉엉 울었다더라. 대기실에 눈이 부어서왔었다”라고 최근 체중과 체력이 저하됐음을 털어놓았다.
또한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 역시 “최근에 아이유가 감기와 몸살이 심하게 와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며 “콘서트 직전까지 병원에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약을 먹고 치료를 받고 했었다”라고 말해 아이유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는 컨디션 난조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탄탄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오프닝의 ‘새 신발’, ‘누구나 비밀은 있다’, ‘Obliviate’, ‘Red Queen’의 연속무대는 물론이고, 콘서트 초반부에 배치된 ‘너랑 나’, ‘분홍신’ 등 아이유 노래 중 가장 격렬한 수준의 안무가 곁들어진 곡들 역시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물론 ‘푸르던’, ‘무릎’, ‘싫은날’, ‘나의 옛날이야기’, ‘너의 의미’와 같은 발라드와 어쿠스틱 팝 곡들 역시 아이유 특유의 음색과 감성으로 들을 수있었다.
이밖에 세일러문이나 카드캡터 체리와 같은 애니메이션 주제가와 십센치의 권정열과 함께 부른 ‘레옹’ 등 이번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무대도 팬들의 시선을 집중 시켰다.
사진|로엔트리
콘서트 후반부는 아이유의 히트곡 퍼레이드로 ‘있잖아’를 비롯해 ‘하루끝’, ‘금요일에 만나요’, ‘좋은날’을 끝으로 콘서트는 ‘일단’ 마무리 됐다.
그리고 그 이후는 아이유 콘서트 특유의 현장관객들을 위한 앙코르 공연이 이어져 세 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을 채우고 나서야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공연의 정식 셋리스트에 포함된 곡은 20곡으로,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콘서트가 아닌 아이유의 다양한 이야기가 가미된 토크 콘서트에 가까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올림픽 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극장 콘서트처럼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무릎’의 무대가 끝난 후 한 팬의 즉흥적인 요청에 이날 생일을 맞이한 아이유의 할머니를 위한 생일축하노래를 부르는 깜짝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야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콘서트인 만큼 아이유는 음악에 대해, 또 자신의 사상과 생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좋은날’의 무대를 앞두고 한 이야기는 아이유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짐작케 했다.
아이유는 “내 주변에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많은지 올해 제일 많이 느꼈다. 어제 첫 콘서트에 정말 많은 분들이 나를 보러왔다.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나 왜 이리 행복해?’ ‘왜 잘해줘?’하는 생각이 들더라. 또 나는 이걸 갚으며 살기에도 이십대가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야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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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