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승부조작 홍역 앓은 한국e스포츠 ‘관용은 없다’

입력 2015-1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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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계에 큰 위기감을 가져다 준 2010년 승부조작 사태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 등은 사행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영상 캠페인에서 불법행위 근절 방지를 호소하는 문구를 들고 있는 프로게이머 박상면과 이상혁, 이영호, 홍민기(맨 왼쪽부터).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e스포츠계에 큰 위기감을 가져다 준 2010년 승부조작 사태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 등은 사행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영상 캠페인에서 불법행위 근절 방지를 호소하는 문구를 들고 있는 프로게이머 박상면과 이상혁, 이영호, 홍민기(맨 왼쪽부터).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 19. 한국e스포츠, 승부조작 무관용 원칙

2010년 승부조작 사태로 한국e스포츠 위기
협회, 혐의자 제명·고소고발 등 선제적 대응
선수들 대상 민형사상 책임 명시 서약서 작성
사건 연루자 인터넷 개인방송 중단 요청까지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자 자타공인 ‘세계 최강국’이다. 1990년대 중후반 PC방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 문화는 프로게임단과 종목사, 게임 전문 케이블방송채널 등을 통해 체계적 시스템을 갖추며 빠르게 성장했다. 많은 도전을 받고 있지만 현재도 한국 e스포츠의 산업적 토양과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사례도 줄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e스포츠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금까지 성장한 건 아니다. 종목 편향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등 다양한 부침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탄탄해졌다. 불법 스포츠도박도 e스포츠를 위협하는 위험요소 중 하나였다. 2010년 이후 크고 작은 승부조작 사태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토대를 마련했다. 최근에도 현직 감독이 연루 혐의를 받아 구속된 초유의 승부조작 사태가 불거졌지만 한국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발 빠른 대응에 나서면서 충격을 최소화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3년부터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승부조작 근절 서약서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3년부터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승부조작 근절 서약서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국e스포츠협회


● 무관용 원칙의 강력 제재


2010년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은 한국e스포츠에 큰 위기감을 가져왔다. 이 때부터 한국e스포츠협회는 사행성 불법행위 근절에 적극 나섰다. 캠페인을 벌이는데 그치지 않고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불법 사행성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혐의자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영구 제명 등의 조치는 물론 고소고발까지 취하고 있다.

먼저 e스포츠 불법베팅과 승부조작 관련 내부 전담요원을 배치해 사이트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클린e스포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불법베팅사이트를 신고 받고 있다. 신고 내용은 협회 자체적으로 1차 채증 작업을 거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 차단 심의를 요청한다. 지난해엔 이를 위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CTRC)과 방심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한국e스포츠협회 4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회 모니터링 및 신고접수를 통해 수집된 자료를 방심위로 전달해 심의하고 CTRC는 베팅 행위자 및 승부조작 의혹에 대한 신고 접수 수사를 한다. KISO는 클린e스포츠 캠페인 홍보를 지원한다. 신고한 팬들에게 소정의 포상을 지급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협회에 따르면, MOU 체결 이후 신고 프로세스가 간소화되면서 불법베팅사이트 신고 및 심의·차단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사이트 차단의 경우 2013년 3건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197건으로 늘었다. 협회는 클린e스포츠 홈페이지 또는 유선(02-737-3710) 창구를 통해 불법베팅사이트 및 승부조작과 관련된 내용을 수시로 접수받고 있다. 제보 내용을 토대로 협회 내사 조사를 진행한 뒤 협회 법률 자문을 통해 고소고발도 취한다. 10월 발생한 승부조작 사태의 경우도 이러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사전에 인지해 법률 자문을 받아 대응하는 한편 현재 관련자의 고소고발도 진행 중이다.


● 선수들 강력한 책임 명시한 서약서 작성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강화했다. 2013년부터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서약서도 작성하고 있다. 서약서에는 ‘승부조작과 관련한 내·외부 접촉 시 대응 방안’과 ‘연루 혐의 포착 시 협회 및 게임단에게 관련 개인정보 제공의 의무’, ‘승부조작 혐의 인정 시 민형사상 책임’ 등을 명시했다. 승부조작 연루 의혹 제기 시 개인 통장 사본 및 통화내역을 공개해야 하며, 소속팀에 따라서는 관련 내용의 기업 감사팀 통보와 민형사상 소송 등의 제도장치도 마련해 놨다.

클린e스포츠 캠페인도 진행했다. 경찰청과 협력해 서울 남대문 경찰서 전광판 등에 캠페인 영상을 상영했다. 연1회 협회 경기위원회가 주관하는 게임단 방문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한편 협회는 최근 승부조작 사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기존에 승부조작 참여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들의 개인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아프리카TV와 다음TV팟, 트위치TV, 아주부TV 등이 여기에 동참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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