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구단주 “사치세 내지 않겠다”선언
미국은 26일(현지시간)부터 추수감사절 연휴에 돌입했다. 이 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약 한 달간 미 전역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경영진에게는 시베리아의 찬 바람만큼이나 매섭고 혹독한 겨울일 뿐이다.
두 부자 구단이 올 시즌 지출한 연봉은 무려 5억달러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양키스는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다저스는 뉴욕 메츠의 벽에 막혀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이에 비해 1985년 이후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올 시즌 개막일 기준 선수단 연봉이 1억1660만달러에 불과했다. 다저스를 무너트린 메츠를 단 4경기 만에 제압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로열스는 특출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포지션별로 물 샐 틈 없는 전력을 유지하고 있어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우승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진리를 확인해서일까. 두 부자 구단이 스토브리그에 참여하는 자세가 크게 달라졌다. 잭 그레인키, 데이비드 프라이스, 조니 쿠에토, 조던 짐머맨 등 특급 선발투수들이 FA(프리에이전트)로 나와 있지만 시큰둥한 반응이다.
다저스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레인키를 잔류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32세라는 나이가 걸림돌이기 때문에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줄 수만은 없다. 지난 여름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앞서 프라이스 또는 콜 해멀스(텍사스 레인저스)를 영입할 수 있었지만, 포기했다. 팀의 특급 유망주를 내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실로 오랜만에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했다. 전체 16번째로 UCLA 출신 투수 키스 캐프릴리안을 낙점했다. 내년 드래프트에선 22번째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양키스는 다나카 마사히로, 제이코비 엘스버리, 브라이언 매캔 등을 영입하며 4억8500만달러를 썼던 팀이다. 돈도 돈이지만, 스타급 선수들을 수집하기 위해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늘 다른 팀에 넘겨줬다. 그러나 이제는 팀 운영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목표는 1억8900만달러 이하로 연봉 총액을 낮추는 것이다. 더 이상 사치세를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 막판 다저스의 연봉 총액은 3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레인키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내년 시즌 연봉 총액을 3억달러보다 2억달러 쪽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것이 다저스 구단 수뇌부의 방침이다. 현재 연봉보다 1억달러 가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처지가 아니다.
아무튼 다저스나 양키스와 같은 부자 구단들이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승을 위해 돈은 필수 요소다. 그러나 로열스의 경우처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수년간 비효율적으로 돈을 펑펑 썼던 다저스와 양키스가 그들의 호언장담대로 과거의 어리석은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