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쇼크, 장기플랜과 ‘4년’ FA의 딜레마

입력 2015-11-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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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FA 계약할 때와는 달라진 구단 분위기, 충격적 이적
선수나 구단에게 너무나 긴 ‘4년’, 보완 필요해…


올해로 세 번째 시행된 2차 드래프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주목받고 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선수수급이 힘든 KBO리그 환경에서 새로운 전력보강의 장으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스타플레이어들의 보호선수 제외 등 화제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 정점을 찍었다. 27일 발표된 2차 드래프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kt가 지명한 전체 1순위 지명자가 ‘국민 우익수’ 이진영(35)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드래프트 전부터 LG가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었다는 사실이 전해졌지만, 실제 결과가 나오자 ‘설마’했던 팬들의 충격은 컸다.

LG는 자신들이 선택한 FA(프리에이전트) 선수를 계약기간 전에 내치는 결정을 했다. 이미 보호선수 제외 때부터 이적은 기정사실이었다. 즉시전력 선수 한 명이 절실한 kt는 주저하지 않고 이진영을 선택했다.

이진영은 2008년 말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SK에서 LG로 이적했다. 당시 계약금과 다년계약이 금지돼 1년 3억6000만원의 조건으로 발표됐지만, 실상은 40억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이진영은 이적 후에도 꾸준함을 발휘해 4년간 426경기서 타율 0.304, 27홈런, 211타점을 기록하며 2012년 말 LG와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옵션 포함 4년 34억원의 조건이었다.

이렇듯 LG와 이진영의 관계는 좋았다. FA 잔혹사를 비웃듯, 이진영은 제 몫을 해냈다. LG 이적 후 2011년(0.276)과 올해(0.256)를 제외하면, 매년 타율 3할 이상을 해냈다. 믿고 쓰는 선수였다.

이진영은 1년만 더 뛰면 생애 3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부진했지만, 들쭉날쭉한 출장기회도 원인이었다. 사실 올 시즌부터 LG와 이진영은 함께 웃을 수 없었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소위 ‘리빌딩’ 기조로 갔기 때문이다.

이진영의 기존 FA 계약은 리빌딩에는 걸림돌이었다. 함께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진 이병규(배번 9)도 마찬가지였다. 구단이 FA 계약을 할 당시에만 해도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 4년(이진영) 혹은 3년(이병규)의 계약기간에서 나타나듯, 이들에게 가까운 미래를 맡겼다.

구단이 장기플랜을 세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LG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적어 ‘암흑기’를 겪은 구단 중 하나다. 2002년 준우승 이후 다시 가을잔치를 경험하는 데 11년이 걸렸다. 2013년과 2014년에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서 재차 세대교체시기를 놓친 측면도 있었다. 이후 갑작스레 진행된 리빌딩에 고참 선수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영의 2차 드래프트 이적이 준 충격은 많은 팀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지나치게 올라간 FA 선수들의 몸값 탓에 시장 분위기는 주춤하고 있다. 상당수 구단이 사서 쓰는 대신, 키워 쓰는 기조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실패한 FA 계약의 사례는 구단과 모기업들을 점점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FA 계약기간이 ‘4년’ 일색인 것도 문제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데 4년이 걸리기에 선수는 4년 계약을 원한다. 그러나 4년이란 시간은 선수의 능력이나 구단의 방향성이 바뀔 만한 ‘긴 시간’이다. 단기계약이 많고, FA 이적이 비교적 자유로운 메이저리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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