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진영. 스포츠동아DB
신인 보호장치도 없어…제도 보완 절실
2011년 처음 시행된 KBO리그의 2차 드래프트는 오랜 고민 끝에 탄생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제도를 통해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도입은 신생팀 NC의 선수수급방안 중 하나로 떠오른 뒤에야 이뤄졌다.
KBO리그의 2차 드래프트는 오랜 시간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인 메이저리그(MLB)의 ‘룰5 드래프트’를 본 따 만들었다. 2011년부터 격년제로 시행돼 벌써 세 번이나 열렸다. 그러나 처음 도입된 취지에 걸맞게 진행됐는지는 의문이다.
27일 개최된 2015년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는 이진영(35)이었다. 올 시즌 최하위 kt는 주저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진영은 한때 ‘국민우익수’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달고 있던 국가대표 출신 스타다. 2008년 말 첫 FA(프리에이전트) 때 SK에서 LG로 이적해 2012년 말에는 LG와 FA 4년 재계약을 해냈다.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태였다.
이진영의 이적은 ‘충격’이자, ‘상징적’이었다. 현재 2차 드래프트가 MLB의 룰5 드래프트와는 달리,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는 증거다. 이진영 외에도 차일목(34·한화 2라운드 지명), 송신영(38·한화 3라운드 지명), 정재훈(35·두산 3라운드 지명) 등 30대 중후반의 각 팀 고참 선수들의 이적은 물론, 1군 즉시전력들의 이동이 많았다.
룰5 드래프트는 한 팀에서 지나치게 많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보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입단 이후 4년 또는 5년간 40인 로스터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이 드래프트 대상이 된다. 특이점은 지명 구단은 해당 선수를 무조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켜 90일 이상 머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안전장치’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선수는 원 소속팀으로 돌려보내고, 이적료(5만달러)의 절반만 회수가 가능하다.
MLB에선 룰5 드래프트로 인해 유망주들을 40인 로스터에 올리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또 보호장치 때문에 선수에 대한 확신이 있는 구단만 지명권을 행사한다.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다. 현재 KBO리그의 2차 드래프트는 룰5 드래프트가 될 수 없다. 일단 KBO리그의 선수층이 얇아 메이저·마이너 식의 구분이 없다. 또 트레이드나 FA 시장이 MLB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구단의 보유권이 강해 선수들의 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고참급 선수들의 정리에 상당한 애를 먹는데, 은퇴시기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이진영처럼 트레이드에 실패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일도 잦다.
게다가 MLB처럼 신인 보호장치도 없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선 올해 신인 중 5명이 이적했다. SK는 1∼3라운드 모두 2015 신인을 지명했다. 최정용(전 삼성)과 김정민(전 한화)은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지명자고, 박종욱(전 두산)은 5라운드 지명자지만 희귀한 포수 자원이다. 여기에 NC는 kt가 1라운드 종료 후 특별지명한 윤수호를, 넥센도 SK가 3라운드에 지명한 김웅빈을 데려왔다. 신인드래프트 상위라운드 선수가 1년 만에 이적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상당수 팀이 ‘신인 3년 자동보호’ 조항을 언급하지만, 이 경우 보호선수 규모 등 제도에 대한 원천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