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성동일 가족은 웃음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빠 성동일(가운데)과 혜리가 연기하는 설움 많은 둘째딸 덕선(오른쪽), 최성원이 맡은 외아들 노을은 드라마 인기의 한 축이다. 사진제공|tvN
혜리 남편, 어떤 변수에도 류준열 낙점
선우 아버지 ‘아웅산 테러’로 사망 유추
시대상 반영한 소품들 ‘고증 논쟁’까지
‘뛰는’ 제작진 위에 ‘나는’ 누리꾼 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인기가 뜨겁다. 28일 방송된 8화 ‘따뜻한 말 한마디’는 평균시청률 12.2%(닐슨코리아)로 역대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인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바로 누리꾼들의 ‘숨은 그림 찾기’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아니든, 숨겨진 ‘미션’을 누리꾼들은 ‘귀신같이’ 찾아낸다. 드라마의 인기요인 중 하나인, 디테일하게 재생된 그 시절 소재와 소품들은 누리꾼들의 ‘고증’을 이끌어낸다.
드라마는 이번 시즌에서도 극중 혜리(성덕선)의 남편 찾기를 ‘미션’으로 제시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하지만 제작진의 수가 읽힌 것일까, 아니면 누리꾼들이 제작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일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류준열(김정환)이 이미 혜리 남편으로 낙점되어 있다. 어떤 변수가 등장해도 누리꾼들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그남류’(그래도 남편은 류준열) ‘결남류’(결국 남편은 류준열)라는 표현으로 기정사실화한다.
누리꾼들의 이 같은 확신은, 시리즈의 전작인 ‘응칠’(응답하라 1997)과 ‘응사’(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준 비슷한 패턴이 열쇠가 된다. ‘응칠’의 서인국과 ‘응사’의 정우가 남편으로 밝혀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류준열이 결국 남편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제작진은 “방심하면 금물이다.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앞서 누리꾼들은 고경표(선우)가 짝사랑하는 인물이 혜리가 아니라 그의 언니인 류혜영(보라)이라는 사실도 미리 알아냈다. 또 누리꾼들은 선우 아버지가 ‘아웅산 테러’로 사망했다고 추측한다. 근거는 ‘딸 진주가 태어났을 때 죽었다’ ‘애 아빠가 죽고 나서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이라는 선우 어머니의 대사다. 극중 진주가 태어난 1983년에는 아웅산 테러(10월9일)가 발생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붙은 ‘미션’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소품 등에 대한 ‘고증’이다. ‘응칠’과 ‘응사’는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된 ‘그 시절의 모습’이 인기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응팔’에서는 몇몇 에피소드가 당시 시대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때 아닌 ‘고증 논쟁’까지 벌어진다.
21일 방송한 6회에서 바둑기사 최택(박보검)의 6승을 기원하며 덕선과 정환, 선우 등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런 날에는’을 다함께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곡은 이병우와 조동익이 결성한 ‘어떤 날’이 1989년 6월 발표한 곡이다. 앞서 4회에서 혜리와 성동일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조용필이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1990년 발표됐고, 김성균의 ‘부채도사’ 개그도 1991년 KBS 2TV ‘유머 일번지’에 등장했다.
제작진은 “오류를 잡아내는 누리꾼들의 열정을 알고 있다”면서 “소품이나 배경음악 등을 그 시대에 맞게 찾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하고 있으니 기분 좋게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