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아라비안나이트 ‘조선야화’ 읽는 재미가 쏠쏠

입력 2015-12-01 2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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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엔 경연(經筵)제도라는 게 있었다. 학식이 높은 신하들이 임금에게 유학의 경서를 강론하는 제도다. 임금에게 유교의 역사를 가르쳐 유교의 이상정치를 실현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경연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하루 종일 ‘과외’를 하다보니 지칠 법도하다. 더더구나 임금은 자신보다 나이도 한참 많은 ‘신하 선생님’한테 과외를 받으니 얼마나 힘들었으랴. 공부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도 ‘쉬는 게’ 아니었으리라. 그렇다고 쉬는 시간에도 열공하지는 않았을 터. 쉬는 시간에 제자인 임금과 스승인 신하 사이엔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동연배라면 툭 터놓고 ‘이성’에 대한 이야기도 했으련만 관계가 관계인만큼 만만치 않았으리라.

신간 ‘조선야화’(절대 야동이 아니다)는 ‘경연에 참가한 신하와 임금이 잠시 쉬는 시간에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매일 밤마다 어린 왕에게 온갖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신하의 일생을 담고 있다. 일종의 조선판 ‘아라비안나이트’인 셈이다.

‘조선야화(朝鮮夜話)’(도현신 지음 l 매경출판 펴냄)는 11세라는 어린 나이에 즉위한 순조를 모티브로, 가상의 어린 왕과 신하의 이야기가 ‘삼국지’ ‘박물지’ ‘수신기’ 등 옛 문헌에 기록돼 있는 신비로운 사건부터 조선 밖 여러 나라의 정세까지 민간을 떠돌던 야화(野話)를 궁궐의 야화(밤 이야기)로 담았다. 다양한 소재와 재미있는 이야기의 전개에서 저자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책을 펼쳐 읽다보면 지식이 하나하나 늘어가고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된다. 각 장마다 이야기의 소재가 된 원전의 이야기를 소개한 ‘작가의 해설’ 코너는 감칠맛 나는 양념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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