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의 그 골목길②]쌍팔년도 학창시절의 기억, 그리고 괴리감

입력 2015-12-09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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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이일화-김선영-라미란(왼쪽부터)이 평상에 앉아 수다를 떠는 장면은 서울 쌍문동 골목의 평화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제공|CJ E&M

■ 응답하라 1988, 골목 밖과 소통은?

평상 앉아 수다떠는 아줌마들 정감가지만
최루탄 냄새 가실 날 없던 격동의 1988년
‘응팔’이 그려낸 골목 밖 풍경은 배경일 뿐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서울 쌍문동의 한 골목에서 자라난 1988년, 그때 그 시절 10대들과 함께 가족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시청자가 추억과 신선한 스토리의 힘을 확인하며 이제는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에 시선을 보낸다. 한편으로 청장년으로 그 시대를 살아낸 시청자에게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온전히 따뜻한 추억으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응답하라 1988’의 골목 밖 풍경을 돌이켜보는 것은 그래서 유의미하다.

‘응답하라 1988’(응팔)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동네 골목을 가운데 두고 덕선(혜리),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등 다섯 가정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야기다.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아줌마들이 평상에 앉아 고구마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정환이 아빠(김성균) 생일날 덕선의 엄마(이일화)는 부침개를 부쳐온다. 골목 안 풍경은 그렇게 평온하면서 정이 흘러넘친다.

‘응팔’은 tvN의 설명대로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족극의 색깔이 짙게 깔려 있다.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부모, 시어머니에 멸시 당하는 며느리,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눈물 흘리는 아버지 등 어른들의 에피소드와 자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애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5명 소꿉친구들의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이야기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러나 ‘응팔’은 198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응팔’의 복고 감성을 ‘응칠’과 ‘응사’ 때와 동일한 시선으로만 보기에는 1988년 즈음이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격변기였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감의 일상 못지 않게 치열함과 슬픔이 뒤엉킨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마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다.

당시는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달동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빈곤층은 더욱 궁지로 몰렸던 시대였다. 1989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많은 교사가 해직의 아픔을 겪었다. 대학가에서는 통일운동이 발흥하며 도심 곳곳에서는 최루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특히 그 시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은 드라마가 이 같은 ‘골목 밖’의 혼란스러웠던 실제 상황을 어떻게 그릴지 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골목 안과 밖은 전혀 다른 세상과도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제작진은 그동안 ‘응칠’과 ‘응사’를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그 시대의 정서를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 화제를 몰고 다녔다. 때문에 ‘94학번’인 연출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등 제작진이 1988년이라는 시대를 선택해 ‘응팔’을 제작하는 데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이들이 그려낸 ‘골목 밖’ 풍경은 단순한 배경일 뿐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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