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미군, 45년 만에 한국 쌍둥이와 극적 재회…美 ABC 20/20 보도 감동

입력 2015-12-13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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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쌍둥이 자녀들을 반세기 만에 찾아낸 퇴역 미군의 사연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보도가 된 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1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방송된 ABC '20/20'에서는 퇴역 미군 앨런 토머스(Allen Thomas)가 50년 만에 자신의 쌍둥이 아이들을 찾은 소식이 특집으로 다뤄졌다. 자신의 피붙이를 찾기 위한 토머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장면이었다.

ABC 20/20에 따르면 토머스는 1970년대 이란성 쌍둥이와 그의 생모를 한국에 둔 채 미국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토머스는 그들을 꾸준히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의 생모는 토머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쌍둥이를 입양시켰다. 생모가 남긴 것이라고는 몇 장의 사진뿐이었다. 올해로 68세인 토머스는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사진 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사진을 갖고 다녔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갖은 노력에도 아이들을 찾는 일이 진전이 없자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관련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게시물은 100만 건 이상 공유되며 전 세계 사람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이 소식을 접한 ABC 뉴스 ‘20/20’는 족보학자 파멜라 슬래튼(Pamela Slaton) 과 ABC 뉴스의 한국 지사에 도움을 청해 토머스의 자녀 찾기를 도왔다. 결국 토머스는 ‘20/20’과 슬래튼의 도움으로 최근 그의 쌍둥이 아들, 딸과 처음으로 재회했다.

토머스의 이 같은 사연은 그가 한국에 미군으로 배치됐을 때인 1966년 19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에 온 토머스는 육군 하사관 모임에서 배성금 씨와 처음 만난다. 토머스는 5살 연상의 배성금 씨를 일명 ‘코니(Connie)’라고 불렀다. 코니는 전 남자와의 관계에서 얻은 ‘재임’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토머스와 코니는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가졌다. 1967년 9월 10일, 코니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들과 딸,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이에 토머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놀라웠고, 나는 정말 기뻤다”며 “그녀가 아이를 낳기 전까지 우리는 쌍둥이인지 몰랐다.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고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사람은 쌍둥이의 이름을 제임스(James)와 산드라(Sandra)라고 지었다. 약 1년 후 21살이 된 토머스는 코니와 결혼했다. 코니가 키우던 아들 재임도 입양했다.

하지만 행복하기만 했던 두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했다. 1969년 토머스는 한국에서의 군복무 종료 기간을 맞았다. 토머스는 코니는 재임의 여권 문제로 한국의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려갈 수 없었다.

결국 제임스는 한국에 가족을 남긴 채 미국으로 떠났다. 토머스는 코니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계속해서 돈을 보냈다.

토머스는 한국의 가족에게 돌아가고픈 마음이 굴뚝같았다. 돌아가고픈 간절함에 베트남전 참전도 자원할 정도였다. 토머스는 “만약 내가 거기(베트남)로 가면, 체류를 연장하고 한국으로 가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천신만고 끝에 토머스는 베트남 복무 중 30일 간의 휴가 기간에 마침내 한국 가족과 재회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른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을 만난 건 좋았지만 가족과 떨어진 지 1년이 지난 후라 코니와의 관계는 이미 껄끄러워진 상태. 토머스는 베트남으로 돌아갈 때의 작별인사가 쌍둥이 아이들과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상상 하지도 못했다.

이후 1973년, 토머스는 코니와 이혼하고, 그의 고등학교 동창 폴리 패퀸(Polly Paquin)과 교제를 시작했다. 토머스는 1974년 코니와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는데, 당시 코니는 토머스가 한국으로 와 쌍둥이를 데려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당시 토머스는 파산 상태라 한국으로 가기가 어려웠으며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토머스는 1976년 교제 중이던 폴리와 결혼했다. 토머스는 부인에게 쌍둥이의 존재를 숨기지 않은 채 그들에 대해 항상 궁금해 했다. 수 년 간 토머스는 코니에게 쌍둥이의 소식에 대해 묻는 편지를 썼지만, 편지가 자신의 주소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에 문의한 결과 토머스는 아이들이 1976년도에 아이들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 국무부는 아이들이 미국으로 입양됐으며, 추가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Pearl S. Buck 재단’에 문의하라고 전했다.

당시 ‘아시안-아메리칸’ 아이들을 돕고 있던 이 재단은 토머스의 쌍둥이가 1976년도에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한 사생활보호법에 의해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토머스는 아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ABC 뉴스 ‘20/20’의 도움으로 40년 이상 만날 수 없었던 그의 쌍둥이 아이들과 최근 극적으로 재회했다.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미국 A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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