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희주 “노래의 진심이라는 건 항상 변치 않는다”

입력 2015-12-14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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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쌤엔터테인먼트

노래를 업으로 삼고 사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그 고통은 여타 사람들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또 그 이유가 성대결절과 같은 물리적인 문제라면 차후 회복이 될 거라는 희망이라도 있겠지만, 심리적,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의한 것이라면 가수로서의 생명 그 자체가 위험하게 된다.

2011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던 정희주는 이런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한동안 가수로서의 커리어가 단절됐고, 이 기간 동안 태어나 처음으로 “음악을 접어야하나”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입을 열었다.

‘위대한 탄생’ 이후 OST 참여나 공연 등으로 간간히 활동을 이어온 정희주였지만 정작 자신의 곡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이것은 그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정희주는 “(2012년)여수 엑스포에서 10회 공연을 했는데, 회당 30분씩 공연을 했다. 그런데 공연을 모두 남의 노래로 불러야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내가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정말 하고 싶고, 나는 노력하고 싶은데, 진짜 내이야기라고 들려줄게 없었다. 정말 그때는 수렁으로 빠졌다”라고 정신적 방황을 겪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그때는 공연을 하자고 해도 내가 안한다고 했다. 돈을 받고 (공연을)하는 건 스스로 너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욕을 먹을지언정, 그건 못하겠더라. 여기저기 내 곡을 받으려고도 했는데 이것도 잘 안됐다”라고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점점 자괴감에 빠져들 때, 정희주에게 다시 노래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준 건 학교였다.

정희주는 “원래 집이 캐나다고, 부모님 떠나온 지도 10년 가까이 됐다. 부모님과 떨어진지도 오래됐고 현실적인 문제에 사로잡혀서, 처음으로 (음악을)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든 게 사실이다”라며 “그래도 일단은 학교는 졸업을 하려고 복학을 했는데, 학교가 실용음악과다보니 반강제적으로 노래할 기회가 주어진다. 거기서 내가 다시 나올 수 있던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래를 오랫동안 놓고 있다가 다시 부르니 너무 좋았다. (‘위탄’ 이후)한 3년 정도는 내가 사지 멀쩡한데 할 게 없어서 괴로웠다. 그러다보니 홍대에서 안산까지의 통학길조차도 너무 행복했다. 학교에 가니 과제가 있고, 노래를 부르고 하는 게 너무 즐거웠다”라고 결국 노래로 받은 상처를 노래로 치유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노래의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인연도 만들어 주었다. 선생님이자 소속사 대표이기도한 안성옥 교수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정희주는 “복학을 해서 만난 교수님이다. ‘우리 같이 해 볼래’ 해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게 얼떨떨하기도 한데, 교수님도 일당백 이상을 하는 거다”라고 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쌤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정희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노래를 발표한건 안성옥 교수와 만나 발표한 ‘Hee Joo’가 처음이다.

지난 10월 발매된 미니앨범 ‘Hee Joo’에는 타이틀곡 ‘담요’를 비롯해 ‘바래’, ‘찍자’, ‘숨’의 4곡이 수록됐으며, ‘담요’와 ‘찍자’는 정희주가 직접 작사를 맡았다.

정희주는 “처음에는 디지털 싱글로 내려했는데, 오래 걸려서 나오게 된 내 노래다 보니 욕심이 났다. 나도 곡을 써보라는 말은 있었는데, 교수님이 쓰는 게 맞을 것 같았다”며 “가사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내 얘기가 채택이 됐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다가 어린 시절 나를 지켜주던 담요가 생각났다. 그런 따스함과 아련함, 꿈꿔왔던 순수한 마음과 좌절을 맛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전적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이 직접 쓴 곡이 아니니 자전적 이야기를 담기 어색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섞인 질문을 하자 정희주는 “일단 작곡자가 교수님이니 그 스타일이긴 한데, 나도 좋았다. 싱글이든 앨범이든 타이틀감이라고 딱 그랬다. 이 노래가 못 뜨면 내 책임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내가 열심히 불러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안성옥 교수 역시 “프로듀서, 제작, 매니저, 코디, 메이크업 다 내가 해준다. 이 친구의 이미지를 과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정희주다운걸 연출하려 한다”라고 정희주의 앨범에 대한 방향성을 밝혔다.

좌절과 재기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걸려 나오게 된 앨범인 만큼, 정희주의 마음가짐도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정희주는 “목소리는 그리 변하지 않았지만, 추구하고자하는 방향성이 명화해진 건 있다. 세월이 흘렀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였다면 지금은 (내가 부르려는 노래에)좀 더 확신이 생겼다. 예전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들을 때 생소할 수도 있지만 나는 더 나아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소리를 갖던 간에 노래는 스킬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건 항상 변치 않는다. 진실 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소리는 변함없이 들어주지 않을까한다”라고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가수가 될 것을 약속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정희주가 ‘위대한 탄생’ 이후 슬럼프에 빠졌지만, 프로그램 출연자체를 후회하는 건 아니라는 점으로, 오히려 그는 ‘위대한 탄생’의 출연을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희주는 “그냥 ‘정희주’라고 하면 잘 몰라도 ‘위탄의 정희주’라고 하면 기억해준다. 주변에도 알려지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한 친구가 많은데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몇 년을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많이 알아봐준다. 그게 굉장히 많은 큰 복인 거 같다. 가끔 공연을 하면 관객 중에 내 손을 잡고 ‘오래 노래해 달라’고 하는 분이 있다. 그리고 이 때문이라도 오래 잘해야 한다”라고 ‘위대한 탄생’의 출연이 자신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안성옥 교수 역시 “희주가 첫 콘서트를 하는데, 당시 ‘위대한 탄생’의 작가들이 다 와줬다. 내가 봤을 때도 희주가 후회를 할 프로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즉, 정희주는 ‘위대한 탄생’의 출연을 계기로 사람들을 얻게 된 셈으로, 앞으로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희주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게 공연이다. 섬마을이라도 노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최대한 찾아가는 걸로 방향을 잡고 있다. 또 나는 이 앨범을 오랫동안 부르고 싶다. 딱 구분 짓지 않고 새로운 싱글이 나오게 된다고 해도, 같이 부르려고 한다”라고 많은 공연과 오랜 활동을 약속했다.

끝으로 정희주는 “앨범을 낸다는 걸 보통사람은 큰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정말 회사의 힘이 아니라, 두 사람의 힘이 합쳐져서 결과물이 탄생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음악하는 사람들도 겁내지 않았으면 한다. 포기하지 않고 뜻이 확고하면, 음악은 정말 해볼 수 있고 해볼만하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나도 내 가치가 빛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더디더라도 스스로에게 만큼은 행복하게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주저하고 있는 후배 가수들과 스스로에게 전하는 진심어린 말을 덧붙였다.

사진|쌤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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