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댄 블랙 재계약 포기…남태혁에겐 절호의 기회

입력 2015-12-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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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한 남태혁(앞). 스포츠동아DB

이건열 동국대 감독은 학창시절 군산상고의 대통령배 우승 주역이었고, 동국대의 창단 첫 우승도 이끌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프로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해태에 입단해 8차례나 우승을 맛봤지만, 같은 1루에 김성한 전 KIA 감독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이 감독은 “살아남기 위해 투수와 유격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의 수비훈련을 했다. 포수로도 많이 뛰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김성한 선배가 은퇴한 뒤 비로소 주전 1루수가 됐을 때 가장 방망이를 잘 쳤다”고 기억했다.

LA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남태혁(24·사진)은 2016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고교 졸업 직후 미국으로 떠난 까닭에 자유로운 훈련 분위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kt의 혹독한 마무리훈련을 묵묵히 견뎌냈다. 몸무게는 7kg 이상 빠졌다. 남태혁은 마무리캠프를 끝내며 “장타력은 자신 있다. 기회가 있다면 홈런 20개는 치고 싶다.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지만 스프링캠프까지 앞만 보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그 당시는 kt가 외국인 거포 댄 블랙과의 재계약을 망설이던 시점이었다. 1루수와 외야수를 번갈아 맡는 김상현도 이후 프리에이전트(FA)로 잔류했다. 외야에는 FA 유한준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진영까지 보강됐다. 아무리 팀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신인이지만, 남태혁에게 주전경쟁은 ‘산 넘어 산’과 같은 형국이었다.

그러나 댄 블랙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마이애미와 계약하면서 남태혁은 하늘이 내린 기회를 잡았다. 1루 자원이었던 장성호와 신명철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1루수와 외야수로 변신을 시도했던 김동명도 포수로 돌아갔다. 김상현은 외야 수비를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조범현 감독은 “장타력 있는 1루수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남태혁의 성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무주공산은 아니다. 조 감독은 외야 교통정리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실험할 예정이다. 이진영도 1루 수비가 가능하고, 내야수 출신 김사연과 3루가 주 포지션인 유망주 문상철도 1루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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