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텁] 협상은 ‘에이전트 하기 나름’

입력 2015-12-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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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 제이슨 헤이워드.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보라스, 올해 커미션만 1억1700만달러
엑셀 스포츠, 그레인키 계약으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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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는 FA(프리에이전트)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FA 야수 중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8년 1억8400만달러라는 초특급 계약이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4번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된 헤이워드의 메이저리그 6년 평균 성적은 타율 0.268에 16.2홈런, 58.7타점, 14.3도루다. 아직 26세에 불과하고, 뛰어난 수비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평균 연봉 2300만달러를 받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수치다.

미네소타 박병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는 예상을 깨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품에 안겼다. 미네소타가 포스팅 비용으로 1250만달러를 쓰기는 했지만, 계약 내용은 연평균 최소 500만달러가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4년 1200만달러(구단 옵션 포함 5년 1800만달러)에 그쳤다. 사인을 마친 뒤 박병호는 “돈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뤄 기쁘다”고 말했어도 뒷맛은 개운치 않다. 한 시즌 600타석 이상을 채웠을 때 75만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추가 옵션 조항이 추후 공개됐고, 박병호가 제대로 몸값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텍사스 추신수.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올 2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인터뷰에서 “일부는 내게 앨런 네로를 배신했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라면 5년에 25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겠는지, 아니면 7년에 1억3000만달러의 조건을 받아들이겠는지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추신수의 에이전트는 옥타곤 스포츠의 앨런 네로다. 현재 강정호와 박병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추신수는 과거 박찬호와 김병현 등의 에이전트였던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스콧 보라스로 에이전트를 바꿨다. 류현진(LA 다저스) 역시 보라스의 고객이다. 이유는 딱 하나. 협상능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초특급 계약이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좌완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7년 2억1700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프라이스는 200만달러 차이로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투수 중 최고 연봉총액 기록의 보유자가 됐다. 프라이스의 에이전트는 보 매키니스로, 프라이스가 2007년 전체 1번으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지명됐을 때 사상 최고액인 560만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안겼던 인물이다. 2012년에는 그의 고객인 프라이스와 RA 디키(현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양대 리그 사이영상을 휩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저스의 구애 공세를 뿌리치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잭 그레인키는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이하 엑셀 스포츠) 소속이다. 지난 시즌 포브스에 따르면,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중 엑셀 스포츠는 6위다. 그레인키에게 6년 2억650만달러의 계약을 안긴 이 회사의 다른 고객으로는 커쇼를 비롯해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마크 테셰라(뉴욕 양키스) 등이 있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와 NBA(미국프로농구)의 케빈 러브(클리블랜드)도 이 회사 소속이다. 엑셀 스포츠는 그레인키를 연평균 3440만달러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에이전트는 역시 보라스다. 포브스가 발표한 ‘최고의 스포츠 에이전트’ 명단에 따르면, 보라스가 맡고 있는 선수들의 계약 규모는 230억달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올해 수령한 커미션만 해도 1억1700만달러나 된다. 2위를 차지한 ‘ACES’의 샘과 세스 레빈슨 형제보다 거의 3배 가까운 수준이며, 그레인키의 평균 연봉액보다는 3.4배나 많은 천문학적 금액이다.

지금까지 보라스가 이룬 성과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97년 그렉 매덕스에게 연봉 총액 5000만달러 시대를 열게 했고, 이듬해에는 케빈 브라운을 1억달러의 사나이로 만들었다. 2000년에는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2억5200만달러를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에게 안겼다.

‘협상의 귀재’로 통하는 보라스는 두둑한 배짱을 지닌 인물이다. 류현진이 다저스로 입단 할 때 마감시한 1분을 남기고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올 1월 맥스 슈어저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1000만달러에 합의했는데, 바로 전해 원 소속팀 디트로이트가 제시한 1억4400만달러의 장기계약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뒤 얻은 성과였다.

보라스의 주요 고객으로는 추신수와 류현진을 비롯해 프린스 필더, 아드리안 벨트레(이상 레인저스), 크리스 데이비스(FA), 맷 하비(뉴욕 메츠), 카를로스 곤살레스(콜로라도 로키스)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향후 최고 연봉 기록을 깰 잠재적 슈퍼스타로는 브라이스 하퍼(내셔널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말린스), 크리스 브라이언트(컵스), 코리 시거(다저스) 등이 대표적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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