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여행]백제의 마지막 희망 백제역사유적지구를 가다. 익산

입력 2015-12-16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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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주와 부여를 돌아봤다. 이제 2천 년이라는 장엄한 역사를 지닌 백제왕도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익산을 만나야 할 차례다. 엄청난 규모의 국보와 사적으로 대변되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마지막 여행지, 익산으로 향한다.

항상 마를 캐어 팔았던 그의 이름은 자연스레 ‘서동薯마 서童아이 동’이었다. 마를 캐는 아이라는 뜻을 가진 서동은 과부인 어머니와 생활했다. 그 당시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의 아름다움은 백제인이었던 서동에게까지 전해졌다. 서동은 무언가에 홀리듯 머리를 깎고 신라로 왔고 그가 가진 전부였던 마를 마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신이 지은 동요를 따라 부르게 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서동요’이다.
아이들의 노래 속에서 신라궁의 선화공주는 밤이 되면 서동의 여자가 되었다. 이 황당한 내용의 동요는 신라 곳곳으로 퍼졌고 서동의 계획대로 공주는 쫓겨나고 말았다. 귀양을 떠나던 공주에게 다가간 서동은 공주의 절망스런 현실을 기회로 만들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다소 짓궂은 행동을 하긴 했지만 서동이 생을 다하기까지 보여준 지혜와 도량은 감탄할 만하다. 그 후 서동은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 백제의 왕위에 올랐고 우리는 그의 이름을 ‘무왕’이라 부른다. 바로 이 무왕이 익산에 화려한 백제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익산을 만나기 전에 서동을 만나야 하고 서동을 알고서야 비로소 무왕을 알아볼 수 있다.

백제역사의 모든 기록, 미륵사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이 있다. 백제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익산에서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지목되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명성을 지닌 미륵사지 석탑은 아쉽게도 현재 복원 중에 있다. 1915년 일본인들에 의해 콘크리트로 크게 훼손되어버린 탓에 결국 1999년에 이르러 해체 보수가 결정되었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미륵사지 석탑의 훼손 정도는 차가운 콘크리트로 깎아지른 듯 무참히 파괴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전해진다. 한 편에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석탑의 본래 모습을 통해 백제인들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해체 전에도 이미 석탑은 무너진 부분이 많았고 한 귀퉁이만 6층까지만 남아 있어 전체적인 모습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연구 결과, 본래 높이는 6층이 아닌 9층으로 판명되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백제의 역사는 물론 근대사의 아픔까지 간직하고 있는 이 석탑을 복원하기 위해 해체작업을 하는 중 또 하나의 놀라운 유물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바로 중심기둥에서 사리장엄사리를 넣은 용기와 공양물을 탑 속에 안치하는 것이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9천 7백여 점에 이르는 다량의 유물 중에서 특히 금으로 만들어진 사리봉영기는 미륵사의 창건 배경과 목적을 알리는 귀중한 자료를 담고 있었다. 사리외호 안에 사리내호, 사리내호 안에 유리제 사리병이 들어 있어 더욱 신비롭다. 백제의 희망을 사리봉영기에 소중하게 담아두고자 했던 그들의 염원이 느껴진다.

TIP
사리장엄 특별전
미륵사지 안에 위치한 유물 전시관에서는 사리장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출토된 사리장엄의 보존처리 완료를 기념해 개최된 이번 특별전은 불교 미술품으로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백제 미술 양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전시는 계속 될 예정이다.

A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T 063-290-6799

사진제공=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왕궁에서 사찰로, 왕궁리 유적
이미 오래 전부터 김정호의 [대동지지]에는 이곳 왕궁리 유적의 소재지명인 왕궁면을 궁터로 인식해 기록했다. 말 그대로 ‘궁터’이기 때문에 거대한 크기의 궁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정무공간과 생활공간, 후원공간까지 배치한 백제 궁성 유적의 흔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곳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최근 발굴조사에서 1만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유물이 출토되어 백제 왕궁으로서 입지가 더욱 선명해졌다. 치밀하게 쌓아올린 4단의 석축 위에 백제의 무왕이 거주하던 화려한 왕궁의 모습을 상상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다.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도 발견되었듯 이곳에도 대형 건물터가 왕궁의 중심 측에서 발견되었다. 규모나 건축 기법으로 볼 때 대규모 집회나 연회 등에 사용한 건물이 있었던 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대형 화장실의 모습도 보인다.
왕궁리에도 국보로 지정된 석탑이 있다. 바로 왕궁리 유적지의 중심부를 지키고 있는 오층석탑인데 지금까지도 조성연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많아 뚜렷하지 않다. 다만 출토된 기와를 토대로 본다면 궁성으로 쓰였다가 의자왕대를 전후하여 사찰로 변했을 것이라 추정될 뿐이다. 왕궁리 유적지에는 궁내에 흐르는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집수시설도 있었는데 이 수로 시설은 단순한 배수뿐 아니라 필요한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려한 섬세함을 탐했던 백제인의 기지를 먼 옛날 조성된 이곳 왕궁터에서 만날 수 있다. 거대한 왕궁을 조성할 때도 치밀함을 잃지 않았던 백제의 문화를 유네스코가 알아본 것은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TIP
왕궁리유적전시관
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여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개관한 전시관. 상설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중요 유물 300여 점을 통해 왕궁리 유적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기획전시실에서는 왕궁리 5층 석탑 해체보수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목판 찍기 체험과 도장 만들기, 사전 예약을 통한 발굴체험도 할 수 있다.

A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궁성로 666
T 063-859-4632

무왕의 정원, 서동공원
익산시 금마면을 지나다보면 서로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한 쌍의 연인상을 마주하게 된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은 당연히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이 선남선녀의 국경을 넘는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꾸며진 곳이 바로 서동공원이다.
금마저수지를 끼고 있는 이곳은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나들이 장소로 98점에 이르는 다양한 조각들이 운치를 더한다. 중앙광장에는 공원을 지키듯 무왕 동상이 서 있고 다양한 표정의 십이지신상 조각이 사진 찍는 재미를 더하는 곳이다. 못을 파고 먼 곳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그 주변에는 버드나무를 심는 형태로 보아 백제 무왕 때 만든 궁의 정원으로 볼 수 있다. 삼국 중에서 정원을 꾸미는 기술도 뛰어났음을 엿볼 수 있는 서동공원에서 잠시 익산 여행의 쉼표를 찍는다.

TIP
마한관
고대의 수많은 문헌자료에 의하면 익산은 마한의 도읍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실제 유적이나 유물을 통해 마한의 문화를 접할 수 없었기에 마한관의 개관 소식은 더욱 반갑다.
삼한시대 마한의 역사와 생활상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진 마한관. 서동공원 내에 개관해 관람이 더욱 편리하다. 전시실은 마한 시대의 생활공간과 무덤공간으로 구분해 놓았고 원광대박물관과 일반인으로부터 기증받은 110여 점의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A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고도 9길 41-14
T 063-859-4633

고스락만의 고집스러움
세계문화 유산을 돌아보는 여정으로만 익산을 만나기엔 아쉬워 함열읍으로 향했다. 3천 5백 여 개에 이르는 장독이 익산의 농익은 가을 햇살을 받아 유적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2만 평의 청정솔숲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자연발효 되고 있는 우리의 전통 장이 익어가고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고스락에서는 장을 잘 숙성시키기 위해 항상 클래식을 틀어놓는다고 하며 사계절의 다양한 기후변화를 통해 더욱 깊은 맛을 찾아가는 고스락의 노력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과 교포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으로 고스락만의 고집스러움이 유기농 원료를 통한 맛내기 비법으로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의 모습들이 하나의 완성된 풍경화처럼 탄성을 자아낸다. 이곳에서 발효된 유기농 된장을 비롯해 다양한 장류들은 직접 구매하고 맛볼 수 있다.

A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 익산대로 1424-14
T 063-861-2288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익산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전라북도의 대표 축제. 축제 기간 중에는 국화 야외 전시 및 지역 농‧특산물 판매가 이뤄진다. 관광객과 시민이 함께 하는 경연대회와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때에는 익산의 주요도심, 상가, 각급기관, 일반 아파트 베란다까지 국화화분 내놓기 운동이 펼쳐져 도시곳곳에서 만개한 국화를 만날 수 있다.

기간 2015년 10월 30일~11월 8일
A 전라북도 익산시 하나로 322
T 063-859-4977

정리=동아닷컴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취재협조·사진=모두투어 TRAVEL MAGAZINE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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