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떡 사세요”…MBC ‘육남매’ 종영

입력 2015-12-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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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2월 17일

“생활형편이 어려워지니 ‘장롱 속의 내복을 꺼내 입듯’ 자연스럽게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응답하라 1988’로 상징되는, 최근 1∼2년 사이 뚜렷해진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의 복고 열기를 가리키는 말일까. 아니다. 누구나 혹독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1998년 6월의 한 풍경이다. 그해 6월3일 동아일보는 당시 복고바람을 이렇게 분석하며 “개인소득 1만 달러에서 거의 4000달러를 앗아간 IMF시대. 생활수준이 10년 전으로 떨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복고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 중심에 섰던 드라마, MBC ‘육남매’가 1999년 오늘 막을 내렸다. 방송 100회 만이었다.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돼 1998년 2월4일 첫 방송하고 세 번이나 연장방송한 뒤였다.

‘육남매’는 누구나 가난했던 시절, 1960년대 서울 영등포를 배경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육남매를 키워가는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 실제로 홀어머니 아래서 6남매로 자라난 연출자 이관희 PD의 성장기를 모티브 삼았다. 1990년 KBS 1TV ‘역사는 흐른다’ 이후 8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장미희가 어머니 역을 연기하며 떡장사에 나섰다. “떡 사세요”라는 대사는 유행어가 됐고, MBC ‘오늘은 좋은날’에서 이경실이 그 흉내를 내며 더욱 널리 회자됐다.

아역 연기자들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첫째 이창희 역의 오태경을 비롯해 숙희 이미미, 준희 노형욱, 두희 이찬호, 말순 송은혜는 극중 생생한 캐릭터와 뛰어난 연기로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았다. 막내딸 남희 역의 김웅희는 첫 방송 당시 생후 45개월로 남자아이였다. 제작진은 16부작 기획 당시 얼굴로는 아기의 성별을 쉽게 구분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IMF라는 힘겨운 시대에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며 위안을 얻으려는 시청자의 욕망을 자극했다. 30%대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은 그 방증이었다.

하지만 1999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경제가 회복하면서 시청률은 급감했다. 동아일보는 과거에 대한 기억은 “어느 사회, 어느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이를 자극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이라는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한창수 수석 연구원의 말을 인용했다. 결국 경기불황과 경제침체가 복고 열기와 상관관계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대중의 위안 기능도 크지만 자칫 전망 부재와 현실감을 놓칠 우려가 적지 않다”는 김성기 문화평론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위 보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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