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1982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온 팀이었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광고 카피를 야구단에서도 구현하려고 힘써왔다. 그러나 야구단을 더는 모그룹의 홍보창구가 아닌 스포츠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삼성의 변화는 외부의 예상보다 그 보폭이 훨씬 빠른 듯하다.
11일 최대주주가 제일기획으로 바뀌기 전 삼성 라이온즈는 이미 올해 주장을 맡았던 박석민과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지 않아 프로야구 전체에 큰 파장을 받았다. 19일 발표된 외국인투수 2명과의 계약에서도 삼성의 긴축 또는 합리적 경영에 대한 의지가 다시 한번 드러난다.
삼성은 앨런 웹스터와는 총액 85만달러(약 10억원), 콜린 벨레스터와는 총액 50만달러(약 5억9000만원)와 계약했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임창용을 방출한 데다, 마운드의 또 다른 핵심 전력 윤성환과 안지만의 복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이기에 삼성이 외국인투수 영입에서만큼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과감한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아니었다.
삼성은 공식적으로는 “최대주주가 제일기획으로 변경됐을 뿐 그룹의 지원 등 지금까지 운영과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종전 삼성이 계약했던 외국인투수들과 비교하면 웹스터와 벨레스터의 경력과 연봉 수준 등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와의 재계약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의 이 같은 변신이 합리적 운영과 스포츠산업으로의 도약 첫 걸음이 될지, 무리한 긴축이 될지는 내년 성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