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마음 따뜻해지는 성탄절이다. 온 누리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혹은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로 많은 이들이 성탄을 맞고 있다. 성탄은 그렇듯 우리네 명절과는 또 다른 정서로 한 겨울의 냉기를 녹인다.
성탄 시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 영화다. 그리고 그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작품, ‘나 홀로 집에’(사진)다. ‘나 홀로 집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지만 부모가 미처 챙기지 못한 말썽꾸러기 소년 케빈이 집에 침입한 두 도둑에 맞서 펼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영화. 그 시기적 배경이자 이야기의 중요한 모티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점과 도둑을 ‘홀로’ 막아내고 가족과 재회해 따뜻한 사랑을 재확인한다는 메시지가 이 영화를 성탄 시즌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인식하게 한다.
매년 다양한 TV 채널 한 곳은 ‘나 홀로 집에’를 성탄 특선영화로 방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 홀로 집에’가 안방극장에서 처음으로 시청자를 만난 건 언제일까. 1993년 오늘이다. KBS 2TV가 오후 6시10분 ‘나 홀로 집에’를 방영했다.
‘나 홀로 집에’는 그 2년여 전인 1991년 7월6일 국내 극장 관객에게 선보였다. 성탄절이 아닌 여름방학 시즌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 더 컸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고, 영화는 서울 지역 기준으로 78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했다.
하지만 TV에선 늘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송됐다. 1993년 오늘 이후 거의 매년 시청자를 찾았다. KBS가 처음 이를 방영한 데서 알 수 있듯, 그 방영권은 KBS가 지니고 있어서 1994년에도 또 다시 방송했다. 1995년을 건너뛰고 1996년엔 MBC가 그 속편을 방영하기도 했다. 1997년엔 아예 MBC가 1, 2편을 12월24일과 25일 잇따라 방송해 눈길을 모았다. 해마다 거의 계속된 ‘나 홀로 집에’ 등 반복된 편성은 ‘재탕, 삼탕’ 등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 홀로 집에’는 시청자를 만났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혹시라도 ‘보고 또 보고’ 하더라도 여전히 재미있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25일 오전 9시30분 케이블채널 CGV로 채널을 돌리시라. 3편의 시리즈가 연속 방영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