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총 1202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8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국 영화는 총 256편. 다시 말해 946편의 외화가 국내 시장에 개봉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한국 영화는 51.9%의 점유율을 차지해 승리를 거뒀다. 관객수 1억1231만명으로 외화 1억405만명보다 더 많이 모았으며 매출액에서도 8749억원(외화 8335억원)으로 앞섰다.
그러나 한국 영화가 1년 365일 상승세였던 것은 아니다. 1월 1401만명과 2월 겨울 방학과 설 시즌에 힘입어 804만명을 기록한 기쁨도 잠시 3월 300만대로 떨어졌다. 그 시기 외화가 공세를 펼쳤고 급기야 4월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25.6%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한 편의 영화처럼 쉴 새 없이 엎치락뒤치락한 2015년 국내 박스오피스 역사를 되돌아봤다.
● ‘국제시장’ ‘님아’ 등 따스했던 연말연시 그 이후…
새해 한국 영화의 시작은 산뜻했다. 지난해 12월 스크린을 눈물로 적신 ‘국제시장’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온기가 2015년까지 이어졌기 때문. ‘테이큰’과 ‘빅히어로’ 등의 외화가 개봉했지만 1월 박스오피스 1위 ‘국제시장’의 아성을 꺾을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국제시장’은 최종관객수 1426만명을 동원, ‘명량’에 이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2월에는 11일 동시 개봉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각축전을 벌였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 2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찍었으나 뒷심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더 강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 관람불가였음에도 2위에 올랐으며 3월에는 ‘스물’과 ‘순수의 시대’ ‘살인의뢰’ 등의 신작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이때부터 외화의 독주가 시작됐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바톤을 4월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넘겨받았으며 이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스파이’ 그리고 ‘쥬라기 월드’ 등 6월까지 외화가 휩쓸었다. 이 시기 ‘스물’이 300만명을 넘고 ‘극비수사’과 ‘악의 연대기’가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활약해줬지만 역부족이었다.

● 그해 여름 한국 영화는 누구보다 뜨거웠다지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외화의 흥행 고리는 ‘암살’과 ‘연평해전’이 끊었다. 두 작품은 7월 박스오피스 1위와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그 아래로 ‘인사이드 아웃’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쥬라기 월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외화가 줄줄이 랭크됐다.
‘암살’이 이끈 한국 영화의 힘은 8월 개봉한 ‘베테랑’에서 또 한 번 터졌다. 동시기에 쌍천만 영화가 된 ‘암살’과 ‘베테랑’은 두 작품으로만 8월 전체 매출 중 57.9%의 점유율을 보였다. 612만 명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톰 크루즈의 7번째 내한에도 3위에 그쳤다. 9월에도 송강호 유아인 주연의 ‘사도’가 박스오피스의 고지를 점령하는 등 한국 영화의 연승이었다.
그러나 잎새에 이는 가을 바람에도 괴로운 한국 영화계였다. 10월 ‘마션’의 독주가 펼쳐졌고 입소문을 타고 뜬 ‘인턴’이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더 폰’과 ‘탐정: 더 비기닝’이 출격했으나 맷줌마(맷 데이먼)의 화성판 삼시세끼 ‘마션’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척박한 11월에 뜻밖의 활약을 한 작품은 ‘검은 사제들’이었다. 11월 박스오피스 1위인 이 영화는 비수기에도 544만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협박 사건 이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에 이어 세번째로 스크린 문을 두드린 이병헌의 ‘내부자들’도 흥행 가도를 달렸다. 이러한 10월 외화에 주도권을 뺏겼던 한국 영화가 재빠르게 다시 안방을 차지한 데에는 대작으로 예상된 ‘007 스펙터’와 ‘헝거게임: 더 파이널’이 제 몫을 하지 못한 영향도 컸다.
그리고 대망의 12월. ‘국제시장’으로 관객들을 울렸던 제작사 JK필름의 신작 ‘히말라야’가 1위를 차지했다. 16일 개봉한 이 작품은 31일 500만명을 극장가에 끌어들였으며 개봉 3주차임에도 여전히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12월 박스오피스 2위 ‘내부자들’은 역대 청불 영화 공식 통계상 최초로 7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이 됐다.
이러한 박스오피스 전쟁 속에서 ‘국제시장’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암살’ ‘베테랑’ 등 총 4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2016년에도 또 다른 1000만 영화가 탄생할지 그렇다면 어떤 작품에게 영광이 돌아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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