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2차 드래프트 도입으로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입력 2016-01-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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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도 선수들에게 뛸 기회를 많이 주기 위해 프로야구의 2차 드래프트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올 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에 단행된 트레이드는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전진용·강민웅-최석기(왼쪽부터)·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뿐이었다. 스포츠동아DB

병신년 새해다. V리그는 해를 이어가며 시즌을 치르기에 송년과 신년의 느낌이 크게 나지는 않는다. 12시즌째를 맞아 많은 부분에서 성장해왔고, 꾸준한 발전을 꿈꾸는 V리그다. 새해를 맞아 V리그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많은 배구인과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주관적 얘기도 있었지만, V리그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좋은 생각이 많이 나왔다. 스포츠동아는 그 생각들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전할 예정이다. 그 첫 순서는 선수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주는 ‘2차 드래프트’다<편집자 주>.


트레이드 온도차·과도한 FA 보상 규정
선수 이동 드물다보니 구단간 격차 증가
2차 드래프트 도입 땐 전력평준화 가능


지난해 12월 23일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이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15∼2016 NH농협 V리그’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에 나온 유일한 트레이드였다. 세터 보강이 필요했던 한국전력과 더 강한 센터진을 꿈꿨던 대한항공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대한항공이 센터 전진용과 세터 강민웅을 내주고, 한국전력 센터 최석기와 다음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이 트레이드는 올 시즌 전부터 추진됐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강민웅을 탐냈다. 동기인 한선수가 군에서 복귀한 뒤 강민웅은 주전 세터 자리를 내줬다. 대한항공에는 2년차 유망주 황승빈도 있어 강민웅은 사실상 ‘전력외 선수’였다.

대한항공이 거부해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이 트레이드가 되살아난 것은 신 감독 때문이었다. 이유성 대한항공 단장에게 직접 전화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대한항공이 원했던 센터를 내주고 성사시켰다. 신 감독은 “권준형이 곧 군에 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팀플레이를 지금보다 빠르게 하기 위해서 결정했다. 다음 신인드래프트에서 좋은 세터를 데려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우리만 이익을 볼 수는 없는 것이 트레이드”고 밝혔다.


●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의 불발된 현금 트레이드의 이면

KB손해보험도 3라운드 때 OK저축은행과 트레이드를 협의했다. A선수를 달라고 했다. OK저축은행은 군 제대 선수와 다음 신인드래프트를 고려해 선수단 규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의견을 조율했다. 관건은 가격이었다. KB손해보험은 “그쪽에서 원하는 액수를 알려 달라”고 했다. OK저축은행은 드림식스 시절 최귀엽을 삼성화재로 보내주고 받은 3억원을 기준으로 했다. 5억원을 요구했다. KB손해보험은 그 말에 대답이 없었다. KB손해보험이 내심 생각했던 금액은 A선수의 연봉 정도였다. 서로가 원하는 액수의 차이가 너무 컸다.

여자부에서도 세터가 필요한 어느 팀이 트레이드를 카드를 던졌다. 그러나 상대팀에서 답장을 주지 않았다. 이처럼 트레이드는 쉽지 않다. 현재 우리 팀에선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수지만, 상대팀에 갔을 때는 요긴하게 쓰일 선수를 내줄 구단은 없다. ‘그 선수가 가서 잘 되면 우리만 불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성적이 프런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인 상황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 때문에 능력은 있지만 코트에 나갈 기회를 빼앗긴 많은 선수들이 헛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렇게 차츰 시간이 흐르다보면 선수의 기량은 퇴화하고, 점점 찾는 팀도 없어진다. 결국 경기에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유니폼을 쉽게 바꿔 입지 못하는 V리그 남자선수들

최고의 훈련은 실전이라는 말이 있다. 경기에서 뛰어야 기량도 성장한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경우는 트레이드, 임대, FA 계약 또는 그 팀에서 필요 없다고 방출하는 경우다. 드문 사례지만 선수가 은퇴를 선언한 뒤 실업배구를 거쳐 다른 프로팀으로 입단하는 우회로도 있다.

임대는 시즌 전에만 가능하다. 두 시즌 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시즌 도중 추진했던 임대 트레이드를 무효로 돌린 적도 있다. FA 선수가 다른 팀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남자부는 2010년 FA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5년까지 60명의 FA 선수가 탄생했지만, 다른 팀으로 옮긴 선수는 고작 3명(박철우·여오현·이강주)뿐이었다. 반면 2007년부터 FA 제도를 도입한 여자부는 9년간 95명의 FA 선수가 나왔고, 12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전력의 중요한 변수인 FA 선수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은 결과는 남녀부 우승팀 수의 차이로 나타났다. 남자부에선 불과 3개 팀이 우승을 경험했다. 여자부에선 6개 팀 가운데 5개 팀이 우승을 맛봤다. 앞으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남자부 하위팀은 계속 바닥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다. FA 선수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보상선수 규정 탓이다. KOVO는 보상선수 규정을 완화할 뜻을 갖고 있다. 물론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KOVO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왜 2차 드래프트인가?

선수들이 더욱 자유롭게 팀을 옮기고 뛸 기회를 많이 얻기 위해서라면 프로야구의 2차 드래프트 같은 제도를 고민해볼 때가 됐다.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처럼 V리그도 각 구단이 보호선수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를 드래프트에 내놓아 다른 팀에서 데려갈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보호선수를 몇 명으로 정할 것인지는 각 팀의 현실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호선수의 수가 적을수록 전력평준화의 기회는 증대된다. 만약 각 팀이 2∼3명씩을 영입하고 자기 선수도 그만큼 내놓으면서 선수의 가격을 라운드별로 정하면 선수영입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낮아져 모두가 유리해진다.

프로야구는 이미 2011년부터 2년에 한 번씩 2차 드래프트를 실시해 벌써 3번을 시행했다. 그 효과는 많은 이들이 확인했다. 각 구단의 선수평가능력과 스카우팅시스템에 따라 대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당장 코트에 나가고 싶지만 현재의 소속팀에선 기회가 없는 비주전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안길 수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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