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적한 세 킬러 “닥공 준비 끝”

입력 2016-01-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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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 목표로 ‘아시아 정복’을 내세운 전북현대가 올 겨울 영입한 새 얼굴들. 김보경(왼쪽)과 이종호(가운데), 고무열은 4일 첫 소집훈련에서 ‘전북맨’으로서 팀 목표 달성에 힘을 보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전북현대·스포츠동아DB

■ 김보경·이종호·고무열의 각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강’ 전북현대의 겨울은 따스했다. 겨울이적시장을 가장 바쁘게 보낸 결과, 든든한 스타급 멤버들을 대거 끌어안게 됐다. 전북은 4일 완주군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첫 훈련을 진행하기에 앞서 일부 영입선수들의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랜 해외생활을 마치고 K리그에서 첫 걸음을 시작한 김보경(26)과 성공적인 이력을 쓴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최강희 감독의 품에 안긴 이종호(24), 포항 스틸러스에서 알짜배기로 성장한 고무열(26)은 ‘닥공(닥치고 공격)’ 전북이 자랑하는 강한 화력의 한 축을 맡을 공격 자원들로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모두 내로라하는 이들이지만 ‘전북맨’ 타이틀을 단 순간, 모두가 원점에 서게 된다.

전북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현대



김보경 “아시아 정상으로 팀에 보답”

‘제2의 박지성(은퇴)’이란 닉네임을 지닌 김보경은 새 시즌 전북 ‘최강희호’가 가장 공들여 영입한 작품이다. 그가 일본 J리그의 명문 감바 오사카의 제안을 뿌리친 배경에는 최 감독의 진심이 있었다. 어떤 선수를 데려올 때, 반드시 전화통화를 하고 직접 만나온 최 감독은 과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마주칠 때부터 눈여겨본 김보경을 향해 딱 한마디를 했다. “내가 널 정말 짝사랑했다. 함께 꼭 하고 싶다. 지금이 그 시간이다.”

김보경은 새 팀을 물색하면서 2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과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전북과 감바 오사카가 모든 부분을 충족시켰지만 전북은 마음을 보여줬다. “전북의 경기력과 비전,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거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우승과 승격을 동시에 일군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직접 본 최신식 클럽하우스 등 인프라는 대단했다.”

K리그에서의 첫 걸음. 당연히 첫 목표도 아시아 정상이다. 중국과 일본 팀에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 “과거 일본에서 뛸 때 K리거들이 일본 클럽을 상대로 보인 열망을 실감했다. 나 역시 그렇다. 전북은 꾸준히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크했다. 동시에 K리그에서도 항상 좋은 결실을 얻었다. 수원삼성, FC서울 등도 좋은 팀이지만 이기고 싶다.”

향후 김보경의 역할에 관심이 높다. 섀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윙 포워드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전형적인 ‘멀티 플레이어’이다.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나설 수 있다.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목표로 잡은 그는 팀 패싱 플레이를 이끌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전방 공격진과 협력해 패스와 경기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다. 후배 (이)재성이의 스타일을 너무 좋아한다. 문득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확실히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


이종호 “이동국 형 같은 선수 될 것”

항상 전북은 동기부여를 하는 팀이었다. 강한 전력과 좋은 성적, 엄청난 관중 열기 등 선수 입장에서 전북 원정은 유난히 기대가 큰 경기였다. 솔직히 웃은 기억은 많지 않아도 좋은 추억으로 가득했다. “전북이 항상 부러웠다. 그래서 더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종호는 동경해온 전북의 일원이 됐다. 어릴 적,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경기 영상을 직접 찾아볼 정도로 존경해온 베테랑 이동국(37)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는 의미도 크다. “(이동국) 선배는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전 K리그 올스타전에서 한 팀에서 함께 경기를 뛰며 정말 ‘좋다’, ‘재미있다’,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올스타전 자체가 이벤트성이 강해도 내겐 매 시간이 배움의 장이었다. (이)동국이 형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를 채우면서 나 역시 성장하겠다.”

피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도 불안보다는 기대가 크다. 사실 전남에서의 이종호는 붙박이 주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한순간도 안주한 적이 없다. 시즌이 시작할 때는 2000만원짜리보다 20억원짜리 선수가 유리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누가 웃을지 모르는 것이 축구다. 전북 입단 후 주위에서 ‘잘 부딪혀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난 공존과 성장으로 전북의 우승을 도울 생각이다.”

그래도 개인적 포부가 있다. 20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내심 바란다. 대개 후보로 그쳤던 개인상도 직접 받고 싶다는 의지도 있다. 더불어 포항만큼은 이기고 싶다는 속내도 전했다. “축구를 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상대가 포항이었다. 경기 후 유난히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팀이다. 설욕의 감정이 끓어오르는데, 실전에서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많이 났다. 지금껏 받은 수모를 되갚아줄 생각이다.”


고무열 “전북 스타일에 빨리 적응”

프로생활의 전부를 포항에서 보냈다. 2011년부터 5시즌을 뛰었다. 재계약과 도전의 기로에서 고무열의 선택은 후자였다.

그는 “지금이 아니라면 도전 자체가 어려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의 마음도 있었다. 포항은 그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어쩌면 안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변화가 필요했고, 전북이 손을 내밀었다. “K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 가장 좋은 팀에 오게 됐다. 최고의 시설과 환경에서 운동하게 됐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믿음이 섰다.”

과거 바깥에서 바라본 전북은 팀보다는 개인이 좀더 강한 상대였다. 철저히 조직력을 강조해온 포항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정신력까지 더해졌을 때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팀이기도 했다. “전북은 정말 무서운 팀이다. 수준급 능력치를 지닌 이들이 모였을 때의 힘은 대단하다. 사실 내 장점은 뚜렷하지 않다. 단점만 많다. 투쟁심과 과감성이 부족하다. 저돌적이지도 않다. 역으로 이를 보완하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출발의 첫 걸음. 고무열은 “포항과 전북은 또 다르다. 도전하고 경쟁하면서 발전도 찾아가겠다. 부족함을 채우면서 팀에 힘을 불어넣는 선수로 남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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