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에콰도르와 북중미월드컵 32강전서 2-0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멕시코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에콰도르와 북중미월드컵 32강전서 2-0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2026북중미월드컵 16강전 경기 시간 변경을 검토했지만 혼선 끝에 기존 일정대로 경기를 치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 등 외신은 4일(한국시간) “FIFA가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16강전을 기존 현지시간 5일 오후 6시에서 낮 12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다고 보도했다.

표면적 이유는 경기 당일 예보된 강한 뇌우와 폭우였다. 우기철인 멕시코시티의 특성상 침수와 낙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현지 당국이 가장 우려한 것은 치안과 안전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가 32강전서 에콰도르를 2-0으로 꺾은 뒤 대규모 거리 응원 현장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팬 4명이 질식으로 심정지 상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멕시코시티는 시 차원서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거리 일대에 경비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입장 인원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멕시코를 응원하기 위해 대규모 인파가 다시 몰릴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일정 변경설이 알려지자 현지에서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영국 내 중계 시청 환경과 펍 영업시간 등을 고려해 FIFA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멕시코-잉글랜드전 기존 경기 시간은 영국시간으로 6일 오전 1시였으나, 정오로 앞당겨질 경우 5일 오후 7시가 돼 시청 환경이 크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BBC는 “이번 일정 변경 논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FIFA는 수시간 동안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경기 시간을 변경하지 않고 기존 일정인 현지시간 오후 6시에 경기를 치르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기상 전문가들도 일시적인 소나기 가능성은 있지만 경기 진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은 유지됐지만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양 팀은 적지 않은 혼선을 겪었다. 잉글랜드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스태프들이 멕시코시티로 이동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언론 보도를 통해 시간 변경 가능성을 접하면서 시차 적응과 식사, 훈련 일정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멕시코 대표팀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멕시코 라디오 포뮬라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일정이 변경됐다면 경기 당일 준비의 중요한 6시간을 잃어버릴 뻔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오 경기는 아무런 이점이 없다. 의료진도 오후 6시 킥오프를 기준으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 2명의 회복 계획을 세워왔는데, 시간이 바뀌었다면 선발 제외까지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며 “FIFA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누구도 내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