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그랬다. 동명의 웹툰은 작가 순끼가 2010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후 누적 조회수 11억뷰를 기록하며 두터운 마니아 팬 층을 확보했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치어머니(웹툰 ‘치인트’에 대한 사랑으로 드라마 제작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는 팬, ‘치인트+시어머니’의 줄임말)들의 찬반 토론이 벌어졌고, 드라마는 ‘이미 방송한 줄 알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다.
4일 방송된 ‘치인트’는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평균 시청률 3.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4.1%를 기록하며 역대 tvN 월화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하지만 ‘치인트’가 이 같은 화제성과 호평을 이어가려면 김고은(홍설 역)과 이성경(백인하 역)를 어떻게 그려내는가에 달려있다. 웹툰 속 홍설을 잊게 한 김고은과 달리 웹툰의 백인하를 모사하고 있는 이성경 연기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한 사람은 만화를 찢고 현실을 그려냈고, 또 한 사람은 만화를 찢고 그대로 나왔다.
김고은은 홍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문제로 방영 전부터 치어머니들의 우려를 한몸에 받았다. 혹독한 드라마 신고식을 치를 뻔했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만하다. "내가 팬이었던 홍설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는 김고은은 웹툰 속 홍설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며 극의 현실성을 더했다.
이성경은 웹툰 속 백인하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항상 삐딱한 백인하의 표정부터 화려하고 말도 예의 없이 할 거 같던 웹툰 속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웹툰이 아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는 만화와 달리 드라마에서 흐름은 몰입감을 높이는 주요한 요소다. 드라마 속 백인하의 개성이 이성경의 연기력마저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 그의 연기력과 무관하게 드라마 전체 분위기, 현실에 녹아든 다른 캐릭터들과 동떨어져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건 ‘치인트’가 반 사전제작 드라마라는 점이다. 이미 촬영한 분량을 어찌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판단은 오롯이 시청자의 몫이 됐다. 현실에 있을 법한 홍설과 웹툰 안에 있는 백인하, 우리는 어떻게 두 사람을 조화시켜서 봐야할까.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