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젠 후반부”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하라

입력 2016-01-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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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선수의 선택과 집중으로 ‘봄배구’ 참가를 노리는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에게 9일 그로저 없이 치르는 현대캐피탈전은 올 시즌 행보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왼쪽 사진). IBK기업은행은 5일 도로공사전에서 맥마혼을 공격의 핵으로 선택해 집중하는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가장 확실한 득점루트를 이용하는 세터 김사니의 판단이 만든 승리였다. 스포츠동아DB

주전선수의 선택과 집중으로 ‘봄배구’ 참가를 노리는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에게 9일 그로저 없이 치르는 현대캐피탈전은 올 시즌 행보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왼쪽 사진). IBK기업은행은 5일 도로공사전에서 맥마혼을 공격의 핵으로 선택해 집중하는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가장 확실한 득점루트를 이용하는 세터 김사니의 판단이 만든 승리였다. 스포츠동아DB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베스트 고정 승부수
IBK 김사니, 맥마혼에 토스 집중 성공적

흥국생명·도로공사·GS칼텍스 PO 경쟁
3위 자리 놓고 맞대결 경기 총력전 선언

선택과 집중. 조직의 역량 한도 내에서 최고 효율과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갈수록 외부여건이 나빠지는 가운데 요즘 많은 기업이 불필요한 덩치를 줄여 잘하는 곳에 집중한다는 경제 뉴스도 자주 나온다. 반환점을 돌아 4라운드 중반으로 접어든 V리그에서도 요즘 선택과 집중이 화두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의 선택과 집중

3일 그로저가 빠진 가운데 대한항공과 일전을 앞두고 있던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언급했다. “초반에는 여러 선수를 기용했지만 이제는 주전을 고정시켰다. 지금의 선수가 우리의 베스트다.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모든 팀의 전력이 다 드러났다. 지금부터 승패는 더 단단한 팀워크와 선수들의 호흡이 결정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타팅이 경기 끝까지 간다. 자주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그날 부상으로 재활 중인 베테랑 고희진과 신인을 제외하고 13명의 선수만 인천 계양체육관에 데려왔다. 많은 선수들에게 두루 기회를 주던 시즌 초반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다.

10년간 신치용 전 감독을 보좌하며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임 감독은 사령탑으로 승진하자마자 원점에서 선수기용을 결정했다. 신임 감독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선수의 기량을 파악하려고 했고, 노력한 선수에게는 많은 기회와 희망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1라운드 초반 외국인선수 없이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많은 시도를 했다.

팀을 위한 최적의 퍼즐을 맞추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레오가 빠지면서 약점이 돼버린 6번 레프트 자리와 4번 라이트 자리가 고민스러웠다. 돌고 돌아서 나온 결론은 최귀엽과 김명진이었다. 임 감독은 퍼즐 맞추기를 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경험을 했다. 승패는 전술이 아니라 선수가 결정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신치용 단장의 훈수이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은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와 서로의 믿음이다.


흥국생명·도로공사·GS칼텍스의 선택과 집중

여자부에선 현대건설의 독주 속에 IBK기업은행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 양강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3위 흥국생명∼4위 도로공사∼5위 GS칼텍스가 벌이는 3위 전쟁이 향후 여자부의 관전 포인트다. 6일 현재 12승6패, 승점 32로 제법 멀리 달아나있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4라운드의 전략 포인트를 경쟁팀과의 맞대결에 두고 있다. 따라가기 버거운 현대건설과 부담스러운 IBK기업은행보다는 “추격하는 도로공사, GS칼텍스와의 경기에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박종익 감독과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의 생각도 같다. 우선은 경쟁자를 뿌리치고 그 다음 바로 눈앞의 팀을 끌어내려서 플레이오프(PO) 티켓을 따내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난달 28일과 30일 벌어진 GS칼텍스-흥국생명전, GS칼텍스-도로공사전은 중요했다. 흥국생명은 풀세트의 수렁에서 빠져나왔고, 도로공사는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16일 맞대결에서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잡지 못하면 PO 티켓은 너무 멀어진다. 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선택은 이미 끝났고, 이제 집중만 남았다.


● 잘하는 선수에게는 더 많은 볼이!

어느 팀 감독이 한 얘기다. 그 팀의 세터는 몇 년 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감독은 숨은 이유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키워보려고 기회를 줬다. 하지만 경기에 투입했더니 토스를 마음대로 했다. 지금 점수를 잘 내고 있는 선수에게 공을 올려주지 않고, 선배들 눈치를 봐가며 공을 나눠줬다. 이런 선수에게는 기회가 없다.” 감독이 세터에게 가장 화를 내는 순간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점수를 낼 방법이 있는데도 다른 길을 찾을 때다.

IBK기업은행 김사니는 5일 도로공사전에서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잘 보여줬다. 주공격수 맥마혼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47득점)을 세웠다. 유난히 공격력이 빛났던 맥마혼을 더욱 신나게 한 것은 김사니의 세트였다. V리그 데뷔전에서 긴장을 이기지 못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15득점에 그쳤던 맥마혼은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잠재된 공격력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수비는 젬병이고 플레이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높은 타점에서 강하게 공을 때리는 맥마혼의 능력을 장점으로 바꿔준 것은 김사니의 판단이었다. 맥마혼은 그 덕에 공격성공률이 1라운드 39.86%→2라운드 41.59%→3라운드 43.80%로 높아졌다. 4라운드에는 무려 50%를 찍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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