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경주마의 하루 일과

입력 2016-01-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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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조교→몸풀기→점검→끌기운동

새벽에 강도 높은 훈련…오후엔 가볍게
과다체중 말은 휴식시간에도 워킹머신

“경주마는 하루에 몇 번 경주를 하나요?”, “오늘 나온 경주마는 내일 못 뛰나요?”

렛츠런파크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궁금한 사항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주마는 단 한번 경주에 출전하기 위해 적게는 3주에서 길게는 6주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다. 그렇다면 경주마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05:30∼09:30 일과의 시작 ‘새벽조교’

매일 새벽에 실시되는 새벽조교(훈련)는 경주마의 가장 강력한 훈련방법 중 하나이다. 새벽에 실시되는 훈련인 까닭에 예전부터 ‘새벽조교’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왜 새벽에 실시하는 것일까? 이유는 경주마의 신체리듬이 가장 안정되어 있는 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주마의 몸 상태에 사람이 맞추는 셈이다.

새벽조교는 보통 경주를 앞둔 말과 회복훈련차원의 조교로 나뉘게 된다. 경주를 앞둔 경주마의 경우 실전과도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데, 실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훈련하기 위해 좌우에 다른 경주마들을 두고 함께 훈련하는 방법도 종종 이용한다. 강도 높은 훈련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로로 들어오기 전에 충분한 워밍업 운동을 실시하는 게 보통이며, 경주 후에도 행여 다칠세라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경주에 출전하기 전에 실시하는 훈련인 만큼 훈련의 성과가 좋으면 당근, 각설탕 등의 보너스로 승부욕을 극대화 시키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경주를 치른 경주마라면 보통 일주일에서 길게는 10일 정도 경주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10일 정도는 간단한 몸풀기 운동 등을 실시하면서 휴식기를 지내지만 휴식기를 끝낸 뒤에는 다시 새벽조교를 실시하게 된다. 이때의 조교 강도는 아주 가벼운 수준으로, 주로 언제쯤 경주에 다시 나갈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한 컨디션 체크차원의 조교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새벽조교를 약 2주 정도 실시해야만 실제 경주에 나갈 수 있는 정도의 몸상태가 된다고 한다. 결국 한번 경주에 나선 마필은 적어도 4주 정도는 지나야 경주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00∼13:00 각종 점검의 시간

경주마들의 새벽조교사 끝나고 나면 경주마들은 식사를 겸한 짧은 휴식을 맞이한다. 이 시간에는 그간 불편했던 곳에 대한 진찰이나 낡아버린 편자의 교체 등 각종 정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픈 곳이 있으면 말 전문 병원으로 가 전문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편자는 장제사가 직접 마방으로 찾아와 알아서 갈아준다.

하지만 이런 휴식시간에 모든 경주마가 편하게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체중이 너무 불어 다이어트가 필요한 경주마의 경우 식사 대신 워킹머신(러닝머신과 비슷한 운동기계)에 들어가 강제로(?)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13:00∼15:00 오후훈련은 가볍게

가벼운 휴식을 거쳐 다시 훈련의 시작이다. 하지만 새벽조교처럼의 강도가 아닌 간단한 운동으로 마방에서는 주로 ‘끌기운동(놀이운동)’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올라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에 의해 마방의 공터를 빙빙 도는 산책 수준의 운동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형마장에서 원형운동(조마삭, 고삐를 길게 늘이고 원을 그리며 도는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가벼운 운동이 시행된다. 이런 오후 운동은 새벽조교와 달리 경주를 앞둔 말과 경주를 끝낸 말 모두가 대상이 된다. 훈련강도가 높지 않은 까닭에 휴식기에 있는 경주마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름에만 실시하는 수영조교도 대부분 이 시간대에 주로 이뤄진다. 수영조교는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목적도 있지만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근력운동과 심폐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운동이기 때문에 조교사들이 애용하는 훈련법이다. 수영장 한 바퀴를 도는 것만으로도 1400m 경주로를 전력 질주한 것과 마찬가지의 운동효과가 있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된다. 경주마 입장에선 더위를 식힐 수 있다고 마냥 반길 일은 아니겠다. 오후훈련까지 마친 경주마들은 소속 마방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이 시간 이후엔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는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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