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KIA의 효자 용병’ 브렛 필이 준비한 한국어 인사

입력 2016-01-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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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IA

이쯤 되면 완벽한 ‘한국형 용병’이라고 부를 만도 하다. KIA의 ‘효자’ 외국인선수 브렛 필(32)이 동료들에게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년째 KIA 유니폼을 입은 필의 ‘한국사랑’은 유별나다. 한국 데뷔 첫 해였던 2014년 7월에는 그의 아내가 광주의 한 병원에서 딸 킨리를 출산했고, 지난해에는 광주에서 돌잔치까지 열었다. 광주에서 첫 딸을 얻은 그는 올 5월 태어날 둘째 딸도 광주에서 낳기로 했다. 낯선 타지에서 아내의 출산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필은 시즌 중에도 틈틈이 한글을 공부하며 딸의 고향이자, 자신의 ‘제2의 고향’인 한국에 정을 붙였다.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난 종종 한국어를 구사하며 동료들과 남다른 친화력을 과시했다.

이제는 한국어 능력이 ‘정점’에 달한 듯하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첫 날 동료들 앞에서 장문(?)의 인사말을 낭독했다. A4 용지에 출력한 글을 또박또박 읽어 동료들의 박수를 받았다. 놀랍게도 종이에 적힌 문구는 모두 한글이었다.

“안녕 잘 생긴 내 친구들. 너무 보고 싶었는데 다시 보게 돼서 너무 행복해. 포스트시즌 갈 수 있게 이번 스프링캠프 열심히 하자. 애리조나에서 도움 필요하면 말해줘. ㅋㅋ”

필이 준비한 편지 내용이다. 지인에게 도움을 받긴 했지만, 고심 끝에 직접 준비한 멋진 인사말이었다. 지난 2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포스트시즌에 대한 열망까지 드러냈다. 애리조나에선 미국 출신인 자신을 활용하라며 웃음을 뜻하는 채팅용어인 ‘ㅋ’까지 사용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필은 지난 2년간 홈런왕 경쟁을 벌이던 에릭 테임즈(NC)나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처럼 압도적 활약을 보이는 타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3할 타율에 100타점 이상을 해내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팀에 대한 애정은 한국선수 못지않은 듯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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