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남태희 “내 플레이에 집중하니 축구가 달라졌다”

입력 2016-01-2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국가대표 공격수 남태희는 카타르 무대를 휘저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그는 성실함을 무기 삼아 한 걸음씩 도약하고 있다. 도하(카타르)|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 ‘카타르 메시’ 남태희

주변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것 같다
나를 깨운 이영표 형 날카로운 조언

카타르, 근면성실한 한국선수 선호
더 열심히 뛰어 축구한류 이끌겠다


‘카타르 메시’ 남태희(25·레퀴야)는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빼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그는 2015∼2016 시즌 전반기 10경기에서 6골을 터트렸다. 22일(한국시간) 알 사드와의 셰이크 자심컵(슈퍼컵) 결승에서 4-1로 승리해 우승컵도 하나 챙겼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레퀴야와 4년 연장계약을 하는 등 팀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리그 후반기 시작을 앞둔 그를 도하 시내에서 만났다.


밖에선 ‘카타르 메시’ 아닌 평범한 일반인

레퀴야는 카타르의 신흥 명문구단이다. 실질적 구단주는 카타르 왕자다. 중동국가의 특성상 왕자가 여러 명인데, 실세 왕자가 레퀴야를 창단했다. 팀 성적도 좋아 중동지역에서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도하 시내에서 남태희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축구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 남태희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서 뛰는 (곽)태휘 형은 외출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알아본다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축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다르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적다”고 카타르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전했다. 그러나 프로팀의 수준은 높다. 레퀴야를 포함해 3∼4팀은 중동지역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유럽인 지도자를 데려오고, 비싼 용병을 수입해 전력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다. 남태희는 “프로팀의 실력은 사우디에 이어 중동 내 2위 정도는 된다. 레퀴야의 올해 목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고 밝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카타르 내 ‘축구한류’

남태희는 이정수(36·알 사드)에 이어 카타르에 오래 머물고 있는 한국선수다. 2012년 1월 프랑스 발렌시엥에서 레퀴야로 이적했다. 이번이 5번째 시즌이다. 남태희는 “한때는 카타르에서 뛰는 한국선수만 9명이었다. 최근 중국으로 많이 이적해 전체적인 숫자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국선수를 찾는 팀이 많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선수들의 장점은 헌신과 근면성이다. 그는 “한국선수처럼 팀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선수가 중동에는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한국선수를 선호하는 팀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선수와 맞대결을 자주 한다는 그는 “상대 수비에 한국선수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상하리만치 승부욕이 발동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한국선수들끼리 잘 지낸다. 하는 일은 없지만 한국선수 모임 총무를 맡고 있다. 회장은 (이)정수 형이다”고 소개했다.


그를 깨운 한마디 “주변을 보지마라!”

남태희는 이상할 정도로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이 들쑥날쑥했다. 그 때문에 지난해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대표팀에 가면 자주 아팠다. 다른 선수들은 아파도 겉으로는 티가 안 나는데 나는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보니 스스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게 독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남태희는 이영표(39) KBS 해설위원으로부터 날카로운 지적을 들은 사연도 털어놓았다. 그는 “(이)영표 형이 한 번은 ‘태희는 주변을 너무 신경 쓰는 것 같다. 경기장에 나가면 네가 할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표 형이 그 부분을 콕 짚어서 적지 않게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20대 초반에 대표팀에 가면 경쟁자가 못하길 바란 적도 있다. 그만큼 주변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기로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어려운 남자’ 슈틸리케


남태희는 최근 우연치 않게 울리 슈틸리케(62·독일) 대표팀 감독과 마주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23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일본-이란의 8강전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하프타임에 본부석 근처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러나 가볍게 안부를 전하는 수준의 인사만 하고 말았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님과 만났는데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은 감독님과 농담도 주고받는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슈틸리케 감독님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만난 모든 감독님에게 다가가질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혹시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그를 사로잡은 듯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카타르에 있을 때 자주 보진 못했다. 산책하다 사모님을 자주 만났을 뿐이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며 “혹시라도 슈틸리케 감독님을 다시 만나면 이번에는 용기를 내 ‘식사라도 한 번 하자’는 말이라도 전해봐야겠다”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도하(카타르)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