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에서 투수로 변신하는 NC 박상혁이 30일(한국시간) 애리조나 투산 스프링캠프 마운드에 서서 투구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 | NC 다이노스
손민한 빈 자리 대신할 토종 선발 경쟁 한축 기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에넥스필드에 차려진 NC 스프링캠프. 불펜에는 얼굴이 낯선 장신의 좌완투수 한 명이 씩씩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갓 입단한 신인처럼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폼으로 힘 있는 공을 던진다.
NC 김경문 감독이 빙그레 웃으며 기자에게 “어떻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프로에 입단한 지는 벌써 7~8년 됐다. 상무까지 다녀왔는데, 다만 다시 투수가 된 지는 이제 열흘도 안 됐다. 처음엔 마운드에서 송구하는 것 같던데 이제 진짜 투구가 보인다”고 말했다.
불펜의 장신 좌완투수는 박상혁(26)이었다. 2009년 마산고를 졸업한 뒤 KIA에 입단한 박상혁은 이후 NC로 이적한 뒤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전역했다. 그동안 외야수로 뛰다 이번에 투수 전향을 시도하고 있다. 팬들에겐 아직 낯선 이름이다.
김경문 감독은 “고등학교 때는 투수도 곧잘 했다. 특히 좌완이다. 야수 쪽에서는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투수 변신을 권했다. 187㎝의 큰 키에서 던지는 공이 매력적이다. 다른 쪽에 재능과 장점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 팀은 좌완 선발이 필요하다. 재크 스튜어트와 에릭 해커가 모두 우완이고, 국내선수는 잠수함투수(이재학, 이태양)다. 스프링캠프 모습에 따라 충분히 올 시즌 선발 후보도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박상혁은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9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1(216타수 65안타) 1홈런 43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나성범, 이종욱, 김종호 등이 버틴 NC 외야에서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였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의 잠재력을 보는 눈이 매우 예리한 감독이다. 고교시절 메이저리그 팀들이 관심을 보였고 대학 진학 후 1학년 때부터 연세대 에이스로 활약한 나성범을 타자로 변신시켜 국가대표로 키운 경험도 있다. 박상혁은 아직 투수로 완성되지 않은 원석이지만 은퇴한 손민한의 빈 자리를 대신할 선발 한 축을 가리는 경쟁자 중 한 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투산 (미 애리조나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