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스프링캠프 시대, 감독이 선수들 컨디션 챙긴다

입력 2016-0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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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범현 감독(오른쪽 끝)이 31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투수 최대성(왼쪽 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kt 조범현 감독 “시대가 변했으니 바꿔야지”
선수들과 대화 늘고 야간훈련때는 개인지도

“시대는 변했다. 감독도 달라지겠다.”

한국프로야구에는 1942년 태어난 70대 감독과 1971년 출생한 40대 중반 사령탑이 공존한다. 그만큼 각 팀의 색깔은 스프링캠프 일정만큼이나 다르다. 전통과 혁신이 교차한다. 어떤 선택이 가장 효율적인지에 대해선 끈임 없는 논쟁이 이어진다. ‘구시대적’이라고 비판했던 지옥훈련이, 달라진 성적과 함께 ‘역시 유일한 해답’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한다.

kt 조범현 감독은 2003년 43세에 감독이 됐다. 감독 세대교체 바람, 40대 사령탑 돌풍의 주역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렀다. KBO리그에서 가장 젊었던 감독은 56세 베테랑 사령탑이 됐다. 조 감독은 31일(한국시간) “시대는 변했고 선수들도 바뀌었다. 나도 달라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 차려진 kt의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지난해와 많이 달랐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와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선 “힘들어 죽겠다”, “이런 훈련은 처음 해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각 팀에서 모인 선수들은 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신인들 및 젊은 선수들과 함께 받는 강도 높은 훈련을 힘들어했다. kt는 한화와 더불어 훈련량이 가장 많은 팀으로 꼽혔다.

1년이 흐른 2016년 스프링캠프. kt는 여전히 공식적인 야간훈련이 존재하는 몇 안 되는 팀들 가운데 한 곳이다. 오전 8시와 오후 7시, 매일 인원만 바뀌는 가운데 선수들이 번갈아 아침훈련과 야간훈련을 소화한다. 상대적으로 훈련시간은 타 팀에 비해 길다. 그러나 중간 중간 여유시간은 훨씬 길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훈련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몸이 무거워 보이는 선수가 보이면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박경수, 김상현, 김사율 등 베테랑 선수들은 괌, 사이판, 일본 고치 등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스프링캠프를 준비했다. 체력적 준비가 끝난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표정이 한결 밝다.

조 감독은 “예전에는 훈련을 안 하면 나부터 불안했다. 그러나 그동안 보낸 많은 시즌을 돌아봤다. ‘훈련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성적이 좋았나?’라고 되돌아봤다. 선수 개인의 특성과 다름이 보였다.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하는 훈련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다시 느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말을 이어가던 도중 몸이 무거워 보이는 조무근을 훈련에서 제외시켜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예전에는 캠프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스케줄이 빠듯했다. 이제 베테랑 선수들부터 알아서 몸을 잘 만들어 온다. 각 코치가 스케줄 안에서 훈련강도를 잘 조절해달라고 했다. 1시간 계획이라도 10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재량도 줬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앞으로 더 많이 변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하루는 바빠 보였다. 젊은 선수들, 아직 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스스로는 “나야 뭐 할 일이 있나. 지나가면서 힘내라고 농담이나 하고 그러는 거지”라며 웃지만, 오전 8시30분 코칭스태프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불펜피칭을 하는 최대성을 붙잡고 “더 잘 던지려 하지 말고 지금 모습만 유지해도 충분하다”며 격려하고 외국인선수들과 대화하며 빠른 적응을 도왔다. 점심시간에는 선수들의 식사량을 보며 컨디션을 살핀다. 복습이 필요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야간훈련 때는 최근 영입한 포수 이희근을 직접 붙잡고 한 시간씩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kt로 이적한 베테랑 이진영은 “지금도 감독님은 어렵다. 그러나 많이 달라지신 것 같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느껴진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훈련시간은 다른 팀에 비해 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안에 조절과 배려가 있다. 재미있게 캠프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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