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캠프 리포트] 고졸신화 이진영 “내가 교과서? 참고서 정도죠”

입력 2016-02-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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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진영이 31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선수마다 특성 달라 내가 교과서 될 수 없어
심우준, 신체능력 좋아 훌륭한 선수 될 것
개인 욕심은 없다…kt가 명문구단 됐으면

이진영(36)은 kt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경력을 지닌 선수다. 18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2차례 프리에이전트(FA) 계약도 했다. 고교시절 청소년대표, 1차지명을 통한 프로 입단, 한국시리즈 우승, 골든글러브 수상, 1∼3회 WBC 국가대표 등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닮고 싶은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kt에는 온갖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를 지닌 베테랑 선수들은 있지만, 이진영처럼 처음부터 스타였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낸 대스타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kt로 이적한 그를 새 팀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31일(한국시간) 만나 가슴속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kt의 많은 젊은 선수들은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된 이진영을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3회 연속 WBC 대표팀이었고, 올림픽 금메달도 땄다. 골든글러브 수상에 2차례의 성공적인 FA 계약, 한국시리즈 우승 등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겠다.


“고맙게도 많이들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언을 구한다. 그러나 내가 교과서가 될 수 는 없다.”


-교과서? 지금까지 쌓은 경력을 보면 교과서처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데.


“아니다. 기술적 측면을 먼저 보면 나는 절대 교과서적이지 않다. 팀에는 코치들도 있다. 더 많이 연구하고, 선수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분들이다. 선수 각자의 개성과 특성이 있다. 선배라고 그런 부분들을 배제하고 획일적으로 내 생각을 전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까지 겪은 과정, 쌓은 경험 등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본다. 교과서는 아니지만 참고할 부분은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다.”


-이진영은 마지막 쌍방울 선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프로야구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할 정도다.

“(크게 웃으며) 그렇다. 18년이 지났다. 후배 선수들에게 건강한 경쟁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굉장히 훌륭한 선수들과 주전경쟁을 해왔다. 건강한 경쟁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같은 자리에 경쟁선수가 있다고 낙담하거나 마음 상하지 말고, 건강하게 경쟁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젊은 선수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것이 느껴지나?

“예전에는 나 혼자만 생각해도 됐겠지만, 이제 보는 눈들이 많다. 젊은 선수들에게 흉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겠나? 물론 신체적인 능력은 이제 그들에 비해 부족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사실 kt에 입단해 스프링캠프를 보내며 자주 느끼는 점이 있다. 더 젊은 선수들 몇 명이 참 부럽다.”


-누가 부럽다는 것이냐?


“지금까지 프로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큰 가능성과 미래가 그들에게 있다. 그리고 야구 선수로 굉장히 부러운 신체적 능력이 보인다. 장담하는데. kt 선수들 중 앞으로 굉장히 훌륭한 선수가 몇 명 나올 것이다. 눈에 확 띄는 선수들이 많다. 심우준은 물어보니 넥센 김하성이랑 동기라고 하더라. ‘우준아, 지금은 김하성이 주전이고 스타가 됐지만 네가 갖고 있는 많은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부러울 정도다. 넌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해줬다. 칭찬이 아닌 진심이었다.”


-그동안 선수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앞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이제 개인적은 욕심은 아무것도 없다. kt로 이적했다. 우리 팀이 신생팀에서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캠프에 와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조범현 감독과 코치님들이 신생팀이기 때문에 선수 한 명이라도 더 키우려고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시더라. 모두 함께 좋은 성과를 올렸으면 좋겠다. 진심이고 간절하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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