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오해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배우 강동원은 ‘인간 강동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상당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저는 선량하게 남만 돕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떨 때에는 까다롭게 굴거나 못되게 하기도 해요. 싸울 때에는 엄청 싸우고 사람을 아웃시킬 때는 칼같이 내치기도 해요. 챙기는 사람은 끝까지 챙기고요. 돈 욕심은 별로 없지만 일 욕심은 많거든요. 개인적인 욕심도 채우면서 같이 할 수 있으면 하겠죠. 저는 절대 ‘순둥이’가 아니에요.”

짧은 고백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었다. 최근 20년 지기 친구이자 가수 주형진을 위해 노개런티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가 하면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룸’에서 소년 같이 어수룩한 모습으로 화제가 된 강동원. 그러나 그는 자신을 포장하는 듯한 이 이야기에 꽤나 속앓이를 한 모양이었다.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저는 ‘의리파’가 아니에요. 그 친구(주형진)가 가진 게 괜찮았기 때문에 서로 ‘윈윈’을 위한 것이었죠. 같이 작업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제안했거든요. 친구가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예요.”

강동원은 지난해 ‘뉴스룸’ 출연 당시 기상캐스터를 맡은 후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부끄러워한 것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단순히 영화 ‘검은 사제들’을 홍보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석희 앵커를 어릴 때부터 워낙 좋아했어요. 저를 위해 시간을 따로 빼준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죠. 진짜 용기내서 출연했는데 현장에서 기상캐스터를 시키시더라고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사람들이 제 성격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겉은 차갑고 까칠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독단적이거나 닫혀 있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강동원이 정의한 ‘인간 강동원’은 완전히 선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자기 주관이 확고한 경상도 사나이랄까. “내 이야기 하는 것을 안 좋아 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말할 때 과거까지 돌아볼 정도로 ‘오해 없이 명확하게’ 전하고 싶어 했다.

“저라고 뭐 다르겠어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똑같은 것 먹고 자란 사람이에요. 직업만 다를 뿐이죠. 배우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3년 동안 연기 수업 받고 데뷔해서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요. 하하”

가끔 해외 라운지 클럽에서 술 마시며 춤추는 것을 즐기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돼지국밥이라는 강동원.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과 데뷔 과정을 회상하며 “자유롭고 주관적인 성격으로 자랐다. 억지로 강요받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부모님도 아예 터치를 못 하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뚝심 있게 걸어온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는 정말 열심히 해요. 보통 사람들 기준보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이 높은 것 같아요. 제가 막 해서 십몇 년 째 살아남아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검 다루는 역할을 맡으면 제가 무술 팀보다 더 잘할 때까지 수개월을 연습해요. 직장인들도 그렇겠지만 일처리를 잘 못하면 그날 잠도 못 자요.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자신감에 가득 찬 그의 말대로 강동원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44만명을 동원한 영화 ‘검은 사제들’을 비롯해 ‘검사외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가려진 시간’을 촬영 중이며 이 작품이 크랭크업하는 대로 ‘마스터’ 촬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강동원은 하나의 장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관객들에게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상업적으로는 제가 아시아에서 영화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한 축이 된다면 더 좋고요.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더 고맙겠지만 이 시장은 결국 배우들이 만들어 나가는 거거든요. 한국 영화의 파이를 키우고 아시아에서 큰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 일조하고 싶어요.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할리우드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죠.”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