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데얀? 박주영? 이름값은 없다”

입력 2016-02-03 17:4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동아닷컴]

훈련 중인 선수들을 지켜보는 FC서울 최용수 감독(43)의 눈빛이 날카롭다. 선수들에게 다가가 “1~2초의 싸움이다. 순간적인 움직임과 패스 하나에 골이 결정된다”며 강한 집중력을 요구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최용수 감독은 중원에서의 공격 전개 과정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미드필더들의 패싱 플레이를 통해 데얀·윤주태 등 공격진에 연결되는 유기적인 과정을 집중 훈련하고 있다. 올 시즌 팀 컬러를 만들어가고 전력을 다지는 최용수 감독의 열기와 의욕은 뜨겁다.

최용수 감독은 3일 “첫 실전에서 미드필더들의 플레이 과정을 보며 기대감을 갖는다”면서 “아직 더 다듬어야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울은 2일 중국 슈퍼리그 옌볜 푸더와의 올 시즌 첫 연습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아직 체력과 경기력이 완전치 않은 가운데 치른 첫 경기치고는 전반적인 움직임과 경기를 풀어가는 내용이 좋았다. 올 시즌 서울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새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이적생 신진호·주세종이 다카하기와 함께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와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격 전개를 매끄럽게 이끌었다. 2년 만에 서울로 복귀한 데얀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적극적인 슈팅을 날렸다. 첫골을 넣은 윤주태의 활동 폭과 슈팅도 돋보였다.

K리그 2연패를 한 전북 현대의 대항마로 꼽히는 서울의 첫출발은 나쁘지 않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이 김신욱까지 데려가고 공격적인 영입으로 리그를 선도하는 것은 K리그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로 본다”면서 “그러나 그런 전북과 경쟁하고 넘어서기 위해 우리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현재의 우리 멤버로 잘 운영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무한 경쟁’을 통해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최 감독은 “이름값을 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 선수라도 열정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면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U-19 대표 출신으로 올해 입단한 새내기 김정환·임민혁 등도 열심히 준비하면 언제든 기용하겠다고 천명했다. 새로 영입한 골키퍼 유현도 유상훈과 경쟁을 해야한다고 했다.

서울은 올 시즌 데얀·아드리아노·박주영 등 전방에 최강 라인업을 구축해 막강 화력이 기대된다. 그러나 무한 경쟁은 이들 특급 선수에게도 유효하다. 최 감독은 “이들이 올 시즌 함께 뛰는 조합이 7경기가 될 수도 있고, 25경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얼마나 잘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름값 있는 선수라도 철저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주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무릎 부상으로 가고시마 전지훈련에 제외된 박주영, 아직 몸이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않아 첫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아드리아노에게 내린 일종의 경고다. 최 감독은 “준비된 선수만이 기회를 잡을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감독의 무한 경쟁 선언에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 더욱 의지를 다지며 힘을 쏟고 있다.

올 시즌 계획을 밝힌 최 감독은 지난 해 얘기를 하며 웃었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시즌 중간에 중국 슈퍼리그 장쑤의 ‘50억 감독 제의’를 뿌리쳐 화제를 모았다. 그때 일을 묻자 최 감독은 “돈을 쫓지 않기로 한 결정에 1%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지나간 일이라며 편하게 얘기했다. 최 감독은 “중국은 3경기 만에 감독을 경질할 수 있는 계약의 독소조항도 있다던데 나는 5경기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FC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최 감독은 2011년 4월에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2012년부터 정식 감독으로 서울을 이끌고 있다. 지난 5시즌 동안 매년 상위권을 유지했고, 리그 우승(2012년)과 FA컵 우승(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2013년) 등을 달성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성공한 젊은 지도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올 시즌에는 리그 2연패를 한 전북을 넘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2016년이 아닌 좀더 먼 미래의 최용수는 또 어떤 도전을 하고 싶은지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최 감독은 “언젠가는 3부리그나 헝그리팀을 맡아 바닥에서 팀을 만들어나가 성공하는 신화를 꿈꾼다”고 했다. 더 큰 빅클럽이나 국가대표 등 갖춰진 팀이 아닌 무(無)의 팀을 맡아 유(有)를 창조하고 싶다고 했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