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선수등록·설연휴 동료와 호흡…알렉시스, 그야말로 ‘전광석화 영입’

입력 2016-02-15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4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와 흥국생명 경기에서 흥국생명 알렉시스가 공격 득점에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화성|김종원기자 won@donga.com

14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흥국생명전. 이날 경기의 화제는 족저근막염으로 더 이상 경기 출장이 어렵다며 버틴 테일러를 대신해 흥국생명이 영입한 알렉시스 올가드였다.

알렉시스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영입됐다. 흥국생명은 테일러가 5라운드 도중 탈이 나자 다양한 치료법으로 조기회복 가능성을 타진했다. 테일러는 미국 의료진의 진단만을 받아들였다. 다른 치료법은 거부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한국배구연맹(KOVO)을 통해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들 가운데 후보자 3명을 추렸다. 이어 지난해 12월초 필리핀리그를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쉬고 있던 알렉시스와 접촉했다.

알렉시스는 195cm의 장신 센터로 필리핀리그에서 전위로만 뛰었다. 흥국생명으로선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크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룰 상황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테일러의 공백으로 흔들리는 국내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2일 긴급히 알렉시스를 불러들였다. 인삼공사와의 5라운드 마지막 원정경기를 떠나기 전날이었다. 11일 KOVO에 선수등록을 공시했다. 다른 팀들보다 먼저 5라운드를 마치고 설 연휴 동안 손발을 맞춰볼 시간을 벌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차적응은 마쳤고 세터 조송화와 반복훈련을 통해 우선 급한 것만 준비했다. 박미희 감독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중앙에서 속공과 블로킹으로 어느 정도 역할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격 파워가 약해 후위공격을 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센터-라이트 겸용이지만 활용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박 감독은 김수지, 김혜진의 센터진과 알렉시스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한 끝에 김혜진을 라이트로 전환시켰다. 발 빠른 김혜진이 라이트에서 빠른 공격으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면서 블로킹 높이를 보강해주면 수비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세터를 포함한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다.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다행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짧은 시간에 많은 훈련을 한 후유증으로 발바닥에 물집이 생겼지만, 알렉시스는 아르바이트 용병이 아니라 내년 시즌 V리그 진출을 꿈꾸는 선수의 최종 테스트로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흥국생명은 알렉시스를 내세운 6라운드 5경기에 시즌의 운명을 걸었다.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한편 흥국생명은 테일러와의 이별도 ‘쿨하게’ 했다. 경기 도중 당한 부상이라 남은 시즌 연봉을 포함해 구단이 해줘야 하는 모든 것을 해줬다. 선물까지 줘서 돌려보냈다. 테일러는 미안한 마음을 안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화성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