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이형종 “힘든 시기 서로 의지했다”

입력 2016-02-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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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정상급 투수로 2008년 LG에 1차 지명을 받았던 이형종(왼쪽)은 방황 끝에 타자로 변신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땀을 쏟고 있다. 힘들었던 시기, 그 옆에는 당시 공익근무요원이었던 현 LG 주장 류제국이 있었다. 이형종과 류제국이 오키나와 캠프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으며 새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사진제공|LG 트윈스

■ LG 류제국·이형종의 눈물과 우정

류제국 “공익 복무 때 매일 같이 붙어 다녀”
이형종 “힘들 때마다 제국이 형 조언 큰 힘”
함께 어려운 시기 극복…새 시즌 선전 다짐


“밖에 나가보니 알겠더라고요. 옆에 있던 사람들도 한두 명씩 떠나고….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LG 이형종(27)은 야구장 밖 냉정한 현실을 경험한 적 있다. 그는 서울고 에이스였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던 유망주였고, 2008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야구인생의 탄탄대로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마음을 다잡지 못한 그는 일탈했다. 구단과 마찰을 빚으며 임의탈퇴선수가 됐고, 유니폼을 벗었다.

야구장 밖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바깥세상에서 이형종을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그저 프로에 갔다가 야구를 그만둔 한 사람에 불과했다. 이형종은 “야구를 그만두니까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주위 사람이 없어지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했다. 힘들어하던 이형종을 지탱해준 이가 있었다. 바로 류제국(33)이다.

류제국은 당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며 재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2군 훈련장에 형종이밖에 아는 후배가 없었다. 둘 다 힘든 시기여서 서로 의지를 했다”고 말했지만, 선배로서 소속팀도 없이 방황하는 후배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으리라. 류제국은 “다른 후배들이 질투할 만큼” 이형종을 살뜰히 챙겼다. “형종이와 2년 동안 매일 같이 붙어 다녔다”고 할 정도였다. 이형종은 “제국이 형과 단 둘이서 생일파티를 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허투루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었다. 둘은 많은 대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도 얻었다. 이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형종은 “제국이 형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넌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이형종이 아니다. 지금의 너를 받아들여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나 역시 재활을 하면서 생각했던 부분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못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제국이 형과 얘기하면서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류제국은 “형종이가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힘들어도 남에게 부탁을 못 하는 성격”이라며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무시를 한다고 생각이 들면 참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줬다. 지금은 정말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류제국의 도움을 받아 2013년 다시 LG로 돌아왔다. 비록 투수가 아닌 타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둘은 마음으로 서로를 힘껏 응원하고 있다. 류제국은 “형종이가 다시 팀에 오고 싶어 했고, 구단과 잘 얘기하면 재기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희망을 줬다”며 “워낙 재능이 많은 선수다. 타자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형종은 “제국이 형과 나중에 투수로 함께 뛰자고 했는데 그 약속은 아픈 어깨 때문에 지킬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지만 “타자는 나에게도 도전이었지만 이렇게 해봐야 나중에 야구를 그만뒀을 때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보직을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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