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보면서 욕하면 안된다고?” 막장극의 적반하장

입력 2016-02-29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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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외압(?)과 논란 속에 MBC 주말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이 종영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개연성 없는 전개와 사건 사고로 '암사월'이라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칭호를 얻은 이 드라마는 여전히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다.

당초 '내 딸, 금사월' 시작 당시 발표된 기획 의도에는 이 드라마를 '꿈을 잃어버린 밑바닥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 성공드라마이자 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집짓기를 통해 가족으로의 회귀, 가정의 복원을 소망하는 따뜻한 드라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작 발표회 당시에도 이 기획의도를 곧이곧대로 믿는 취재진은 없었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같은 전작에서 교통사고,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등 온갖 클리셰로 범벅을 해 온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딸, 금사월'은 방송 내내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주말극은 물론 평일 지상파 드라마를 포함해도 '금사월'이 지닌 화제성과 시청률은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이런 기현상에 일부 방송 관계자들은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결국 비판은 비판대로 하면서 시청률을 올려주는 시청자들 덕에 또 하나의 막장극이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분명 시청자들의 이런 모순적인 행동이 막장극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모두가 비정상적인 드라마라고 입을 모아 비판하면서도 나날이 상승하는 시청률 그래프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런 기현상을 모조리 시청자에 덮어 씌우는 논리 역시 잘못됐다. '막장을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막장이 공급된다'는 괴이한 경제 논리로 시청자들에게 누명을 씌우기엔 최근 화제를 모은 '시그널', '응답하라 1988',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의 흥행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논리에 대해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시장에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말하는 꼴이다. 또한 "욕할거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은 "속은 놈이 바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막장극의 흥행 원인은 분명 시청자들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러나 1차적인 책임은 주인공만 다르고 드라마 타이틀만 다를 뿐 가족극으로 위장해 막장극을 공급하는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에 있다.

그런데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 작가들이 시청자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기에 급급하다. 무한정 쏟아지는 막장극 대란을 일으키고는 "욕할거면 보지 말라"고 한다. 시청자들도 보고 싶지 않지만 온통 이런 작품 뿐이니 안 볼래야 안볼 재주가 없다. 도대체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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