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 작가만 살아남는 풍토 사라져야”

입력 2016-03-04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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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극 작가만 살아남는 풍토 사라져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학회와 공동으로 ‘방송 드라마의 공적 책임, 이대로 좋은가? 저품격 드라마의 공적 책임 회피현상과 개선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저품격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정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중문화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했으며, “방송사의 자율적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드라마 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등 공적 책임 제고를 위한 다양한 개선방안들이 제기됐다.

이규정 교수(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는 “방송사는 드라마의 기획에서부터 제작, 송출에 이르기까지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좋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한 방송사 자율의 ‘드라마 강령 제정’과 이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강혜란 정책위원(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 등에서 심의규정을 위반할 경우 페널티를 강화하는 한편, 강령제정 등 방송사의 자발적 참여와 개선을 권고하는 포지티브한 접근이 동반되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호 부장(YTN 문화사회정책부) 역시 “사회법규에 위배되지 않는 소재의 선정 및 시청자의 상식에 부합하는 스토리 전개를 지향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강령을 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런 가운데 저품격 드라마 및 작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규정 교수(경기대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는 “반복적인 심의규정 위반 드라마에 대한 강력한 심의 제재와 방송평가 항목에 별도 항목을 신설해 재허가에 반영해야 하며, 반면 고품격 드라마에 대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유균 교수(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저품격 드라마작가의 과감한 퇴출과 제작진의 자기정화 노력 등 방송풍토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저품격 드라마 제작·송출 생태계의 악순환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혜란 정책위원(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공히 방송의 공적 책임과 인권의식에 대한 인식 전환과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을 통해 제작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렬 교수(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6개월 이상 방송되는 일일드라마의 경우 명확한 주제의식과 극 중 갈등과 긴장감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한 명의 작가로부터 고품격․창의적 스토리가 장시간 지속적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드라마의 편성길이를 축소하거나 공동집필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작가가 아닌 프로듀서 중심의 제작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균 교수(극동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한국 드라마 시장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잔잔한 재미와 건전한 가족 관계를 그린 홈드라마로는 시청률을 올릴 수 없고, 광고를 유치하지 못하면 방송사는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덫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좋은 드라마의 멀티유스 구조를 확대해 방송사의 경영개선과 수익구조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금림 드라마 작가는 “막장드라마로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면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계속 시청률을 올려야 하고, 그런 작가만이 고액의 작품료와 다음 일자리를 보장받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윤리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저품격 드라마들이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 등에 무차별적으로 편성돼,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눈앞의 시청률에 급급해 선정적․자극적인 내용들을 쏟아내기 보다는 참신한 소재 선정과 탄탄한 스토리 전개, 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될 때 시청자로부터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를 통해 도출된 내용들이 드라마 품질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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