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팔’ 안재홍, 까면 깔수록 새로운 ‘보통남자’

입력 2016-03-04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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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쌍문동 김성균네 장남 정봉이는 대입 6수생이지만 오락실 게임 등수에 집착하는 강한 승부욕과 우표를 꾸준히 수집하는 지구력을 지닌 인물이다. 공부 이외에는 부모님에게 걱정 끼치지 않는 ‘순한 양’ 정봉이는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저돌적인 남자로 변신해 쌍문동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알다가도 모를 강한 개성을 지닌 정봉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쌍문동 골목이 낳은 최고 신스틸러가 됐다.

정봉으로 분한 안재홍(30)은 “실제로는 정봉이처럼 사랑스러운 성격이 아니다. 나는 보통남자”라고 안.재.홍 그 자체를 소개했다. 인터뷰 내내 평범한 성격의 보통남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저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에요. ‘봉블리’ ‘케미요정’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응답하라1988’ 대본 자체가 정봉이를 자세하게 묘사해놨고 충실하게 연기했을 뿐이죠. 대본 이외에 뭔가를 더하지 않았어요. 저 자체가 애드리브를 잘 하는 배우도 아닐뿐더러 애드리브가 사족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즉흥연기를 즐기지도 않죠. 저에겐 ‘응답하라1988’ 대본 자체가 완벽한 안내서였어요.”


안재홍은 “재주가 많지 않고 평범하다”고 정봉이와 다른 점을 말했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는 수영, 연극, 요리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스무 살 때부터 단편영화를 찍은 안재홍은 2011년 홍상수 감독의 장편영화 ‘북촌방향’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1999,면회’로 광화문 시네마와 처음 만났고 이 인연은 그를 대중에게 명확하게 알린 영화 ‘족구왕’에까지 이어졌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그는 이처럼 단편, 장편을 가리지 않았다. 또 연극 무대에까지 오른 경험이 있다. 손남목 연출가의 연극 ‘뉴 보잉보잉’이 그의 첫 연극 작품. 생애 처음으로 코믹 상황극을 연기한 안재홍은 “웃기려고 했는데 관객들이 웃지 않아 상처를 받았다. 다음 장면이 남아있다고 위로를 했다”며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데 내가 조절 가능한 부분이다. 연극 무대에는 지금도 기회가 된다면 서보고 싶다. 관객과 호흡하는 일은 정말 설렌다”고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그는 수영과 피구를 즐긴 초등학생이기도 했다.

“수영을 했었어요. 각종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죠. 저희 집에 메달 많았어요. 수영을 그만둔 이유는 이상하게 수영을 하는데 허벅지가 굵어지더라고요. 어깨가 안 넓어지고. 그래서 그만뒀습니다. (웃음) 초등학생 때는 동네 친구들과 피구를 즐겨했던 거 같아요. ‘피구왕 통키’가 유행하던 시절이거든요. ‘족구왕’을 찍었지만 저는 족구는 즐기지 않았죠. 군대 가면 무조건 족구를 하는 걸로 잘못 알고 계시는데 하고 싶은 사람만 하는 거예요. 저는 운동을 잘 못해서 안 껴줬어요.”

부산 출신인 안재홍은 10년 넘게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요리 실력을 키웠다.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도 현지에서 구입한 냄비 하나로 10일을 버티며 멤버들의 끼니를 책임졌다. 그는 “볶음밥이 내 메인 메뉴인데 멤버들에게 못 해줬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저는 2남 중 막내고요. 가족들은 지금도 부산에서 살고 있어요. 자취를 하면 두 부류로 나뉘어요. 사먹는 사람과 해먹는 사람. 저는 해 먹는 쪽인데 이게 훨씬 경제적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도구도 없고 환경이 녹록치 않아 요리를 많이 못해먹었어요. 제가 볶음밥을 정말 잘 만들거든요. 이게 다 볶음밥 살이에요.(웃음) 볶음밥의 생명은 고슬고슬한 밥인데 저는 밥알을 따로따로 놀게 할 수 있죠. 제가 좋아하는 밥 종류기도해요. 진밥보다는 고슬밥을 훨씬 좋아하거든요.”

장르, 캐릭터를 불문하고 모든 걸 소화하는 능력을 지닌 안재홍은 2016년에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미개봉 영화만 4편이다. 오는 3월10일 심은경과 함께 한 ‘널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4월 중순에는 ‘위대한 소원(가제)’, 5월에는 ‘가족계획’, 여름에는 ‘조작된 도시’로 관객과 만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정봉 캐릭터가 오히려 연기 변신에 방해로 작용하진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대해 안재홍은 “해놓은 게 많지 않아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나름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위대한 소원’에선 고등학생으로 나옵니다. 명품 옷도 입는 잘 사는 집 아들이에요.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이라고 생각했죠. 위화감이 있는지 없는지는 보고 판단해주세요. ‘가족계획’은 가족 코미디물이고 저는 의사 역을 맡았어요. ‘조작된 도시’는 액션물이고요.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죠. 관객이라면 어떤 영화 티켓 끊을까. 이야기에 가장 먼저 매료됩니다. 저 자체가 다양한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응답하라1988’을 통해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진심으로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에도 또 도전하고 싶습니다. 드라마는 1회, 2회... 이렇게 쌓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올해에도 즐거운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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