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영상은 노래만 나열되는 콘서트에 스토리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빅뱅 멤버들은 라이브 밴드 소리를 뚫고 나오는 성량과 자유분방한 몸놀림으로 고막과 안구를 정화시킨다. “전주까지 따라 부르는 건 한국 팬들 뿐“이라는 멤버 태양의 말처럼 관객들은 떼창으로 공연의 울림을 더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사랑한다“는 말을 원하는 관객과 ”사랑한다“고 버럭 소리치며 애교부리는 빅뱅. 관객과 실컷 교감한 빅뱅은 ‘우리사랑하지말아요’(2015)만 틀어놓은채 엔딩크레딧을 화면에 띄우는 밀당으로 콘서트를 끝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6 빅뱅 월드 투어 MADE 투어 파이널 인 서울’은 갱스터로 변신한 멤버들의 추격전으로 시작됐다. 총탄이 오고가는 살벌한 상황을 따돌린 빅뱅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숨기고 ‘백세인생’을 들으며 여유롭게 숨을 고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콘서트가 시작됐다. 빅뱅은 록 버전으로 편곡된 ‘뱅뱅뱅’ ‘투나잇’ ‘스투피드 라이어’를 연달아 부른 후 멜로디 위에 인사말을 실으며 리드미컬하게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하루하루’로 달아오는 분위기를 잠시 진정시킨 빅뱅은 ‘루저’ ‘블루’로 관객들의 가벼운 몸짓을 이끌어내더니 ‘배드보이’로 그루브의 절정을 관객과 함께 즐겼다.
‘이프유’는 비가 내리던 둘째 날 콘서트의 분위기와 가장 잘 맞아 떨어졌다. 멤버 전원의 개성 있는 보컬은 물론 후렴구를 담당한 리더 지드래곤의 애드리브가 아련함을 더했다. 그러나 ‘이프유’가 주는 감성에만 젖어있다면 큰 코 다치기 쉽다. 이 노래는 관객들에게 ‘이제 뛸 일만 남았어. 충분히 쉬어 둬’라고 말하는 본격적으로 놀아보기 위한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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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공개된 영상은 빅뱅 다섯 멤버 각자의 자아분열, 두려움 등을 담아냈다. 개인 솔로 활동으로도 인정받은 빅뱅 멤버들의 솔로 무대를 예고한 것이다. 승리의 ‘스트롱베이비’로 시작된 솔로 무대는 대성의 ‘날개’, 탑의 ‘둠다다’, 태양 ‘눈코입’, 지디x탑 ‘쩔어’, 지디x태양 ‘굿보이’ 그리고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로 마무리됐다. 승리는 막내의 섹시한 매력을 한껏 보여줬고 대성은 샤우팅으로 청량감을 더했다. 탑은 묵직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런웨이로 만들었고 태양은 목소리 하나로 관객을 압도했다. 지드래곤은 스탠딩부터 시야제한좌석까지 직접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쏟아냈다.
솔로 무대가 끝나고 대성은 드럼과 함께 다시 등장, ‘맨정신’ 도입부를 직접 연주했고 빅뱅은 ‘맨정신’ ‘배배’를 열창했다. 이후 멤버들은 거듭 감사 인사를 했고 지드래곤은 “어디 가서 내가 빅뱅의 팬이라고 혹은 빅뱅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룹을 대표해 빅뱅의 지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3월4일) 쇼는 관객들의 선창과 함께 ‘판타스틱베이비’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빅뱅이 여는 파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앙코르는 빅뱅 콘서트의 화룡점정이다. 앙코르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에서 빅뱅은 뜨거웠던 지난 밤 파티를 끝내고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쫓기듯 나와 빛나는 햇볕을 쬔다. 이제부터는 앙코르라는 작은 파티를 즐기면 된다. ‘위라이투파티’를 시작으로 ‘천국’ ‘뱅뱅뱅’ ‘배배’ ‘거짓말’을 불렀다. 특히 콘서트마다 다른 앵콜 곡을 선정한다. 5일에는 전날 콘서트 앵콜에는 없던 ‘배배’를 추가했고 마지막 콘서트 날에는 팬들의 요청에 맞춰 ‘거짓말’을 불렀다.
빅뱅은 2012년 ‘월드투어 얼라이브’로 80만 관객을 동원하고 2015년 ‘월드투어 메이드’로 150만 전세계 팬과 만났다. 올해 10년이 된 빅뱅이 무서운 건 여전히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노래한다는 점이다. 오만함이 아닌 노련한 다섯 사내로 성장한 빅뱅과 그들이 꾸미는 콘서트. 호기심에 놀러온 일반 관객이라면 ‘입덕을 환영하는 입학식’일테고, 팬 VIP라면 빅뱅과 맞이할 미래가 기대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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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