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흰머리독수리의 활공…치어리더 공연은 덤

입력 2016-03-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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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팰리스 선수들이 6일(한국시간) 셀허스트파크에서 벌어진 리버풀과의 홈경기에 앞서 팀 소속 치어리더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한 뒤(왼쪽 사진), 상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런던|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크리스털 팰리스의 새로운 관전문화

경기의 시작 알리는 마스코트 비행 눈길
잉글랜드 클럽 사상 첫 치어리더 자부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새’를 클럽 엠블럼(상징)에 새긴 곳이 많다. 불사조(리버풀)와 백조(스완지시티), 카나리아(노리치시티), 심지어 개똥지빠귀(웨스트브롬위치)와 닭(토트넘)까지 등장한다. 물론 조류 가운데 용맹함의 상징인 독수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맨체스터시티와 크리스털 팰리스가 독수리를 문양에 그려 넣은 대표적 팀들이다.

그런데 그저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실물이 정말 홈경기장에 등장한다면 어떨까. 과연 어떤 분위기일까. 한국국가대표팀 오른쪽 날개 이청용(28)이 몸담고 있는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이러한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7일(한국시간) 런던 외곽 셀허스트파크에서 끝난 크리스털 팰리스-리버풀의 2015∼2016시즌 EPL 29라운드 경기(1-2 크리스털 팰리스 패)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독수리 카일라


허름한 공장건물처럼 생긴, 철골에 지붕을 얹혀놓아 조금은 조악해 보이는 구조의 셀허스트파크에선 다양한 식전행사가 진행됐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하얀 머리와 검은 몸통을 가진 독수리의 활강이었다. 경기개시시간 즈음에 맞춰 조련사와 함께 등장한 크리스털 팰리스의 마스코트인 흰머리 독수리 ‘카일라’는 멋들어진 자태로 경기장 한쪽 골대부터 반대쪽 골대까지 훨훨 날았다. ‘기쁨’이란 뜻을 지닌 ‘카일라’는 2010년부터 크리스털 팰리스의 안방을 지켜온 베테랑(?)이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카일라’가 등장하자 장내에선 기다렸다는 듯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스탠드를 가득 메운 2만6000여 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선수단 입장을 기다렸다. ‘카일라’의 활공이 메인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으로, ‘카일라’는 크리스털 팰리스 홈경기 문화의 한 부분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치어리더가 EPL에?

스포츠 무대에서 관중의 응원을 이끄는 치어리더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국내만 해도 야구·농구·배구장 등에서 치어리더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인사다. 반면 축구에선 치어리더를 조금은 배척(?)한다. K리그의 일부 구단이 치어리더를 도입했으나, 제대로 정착되진 못했다.

그런데 축구 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EPL에 치어리더가 있다면?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도 딱히 조명 받지 못한 크리스털 팰리스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입에 제대로 오르내린 것은 잉글랜드 클럽 사상 처음으로 치어리더를 활용한 2010년 무렵이다. 물론 모두가 환영했던 것은 아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이 비키니 차림으로 율동을 펼치기도 해 ‘신성한 축구장에 천박함이 가미됐다’는 혹평 속에 선정성 논란을 빚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 크리스털 팰리스 치어리더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선수단 입장을 유도하고,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폭발적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진촬영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응원 집중과 다채로운 볼거리 제공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크리스털 팰리스 구단 직원들의 이야기다.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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