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옥주현 “연애요? 무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할래요”

입력 2016-03-09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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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옥주현은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다. 그가 출연한 뮤지컬 ‘아이다’ ‘엘리자벳’을 보면 여자 원톱 주연 작 성공 여부를 의심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기우였음을 알 수 있다. 옥주현이 이번에는 뮤지컬 ‘마타하리’로 돌아왔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팜므파탈의 시작,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의 드라마틱한 삶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화와 소설 등 많은 분야에서 다뤄져왔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그레타가르보가 출연한 영화 ‘마타하리’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레타가르보는 팜므파탈 이미지를 창조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고 이후 마티하리는 팜므파탈, 이중 스파이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에서는 소설 ‘여명의 눈동자’ 여주인공 여옥이 마타하리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MBC 드라마에서는 채시라가 열연해 이중 스파이로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옥주현은 “‘행동, 몸짓 하나하나 춤에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기록이 있더라. 제프 칼훈 연출가가 걸음걸이, 서 있을 때 포즈와 각도 등을 섬세하게 연출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섹시함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캐릭터의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섹시한 인물이에요. 오래 전에는 발레가 사치이면서도 최고의 예술이었다고 해요. 마타하리는 무희로 혜성처럼 등장했고 폭풍처럼 거친 삶을 살고 스타가 됐지만 아름답지만은 인생이죠. 저와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무대 위 사람이라는 점이 닮았어요. 마타하리의 치명적인 매력을 닮아가려고 노력합니다."

옥주현은 2012년부터 기획을 시작한 뮤지컬 ‘마타하리’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그가 4년 동안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와 작곡가 프랭크와일드혼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아이처럼 기다려 왔어요. 그들이 저를 어떻게 만들어줄지에 대한 기대도 컸죠. 엄홍현 프로듀서가 만들면 후지지 않다는 믿음이 있었고요. '몬테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 '마리앙투아네트‘를 함께 한 작곡가 프랭크와일드혼에 대한 신뢰도 저를 떨리게 했죠. 프랭크는 분명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음악가예요. 그의 노래는 듣기에는 쉽지만 가창자 입장에선 정말 어렵죠. 옥타브를 넘나드는 부분이 짧은 마디에서 이뤄지거든요. 그가 만든 예쁘고 근사한 노래를 잘 소화하고 싶어요.”

엄홍현 프로듀서는 옥주현이 지닌 능력에 대해 “여자가 주인공인 타이틀로 전 세계를 염두에 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에 믿음을 심어준 배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실제 옥주현은 여성 원톱 주연 작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쯤 되니 그가 원톱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인지, 또 최종 목표가 브로드웨이인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런 평가 자체가 감사해요. 제가 한 많은 작품들 중 ‘아이다’ ‘엘리자벳’ ‘마타하리’ 세 작품만 여자 원톱이었는데 그만큼 뇌리에 크게 남았다는 뜻이잖아요. 지인들은 제가 무대 위에서 괴물이 된다고 하죠. 스스로 숨겨놨다가 발산한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 등 무대가 세팅된 현장, 그 순간 자체가 제 안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거 같아요. 당당해보이지만 사실 저는 겁쟁이고 보이는 것만큼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아요. (웃음)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연기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브로드웨이를 염두하고 있지도 않죠. 어떤 높은 곳을 지향하고 일을 하는 편도 아니고요. 그래서 지치지 않는 거 같아요. 엄 대표님이 ‘마타하리가 세계로 나가면 너도 진출해야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제 반응은 ‘제가요?’였죠.”

그러나 영원히 정상에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하락하게 될 옥주현은 ‘천천히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대 위 삶과 일상의 조화를 맞추는 것.

“산만한 편이에요. 학창시절 제 성적표에는 ‘성격이 좋아 학우들과 사이가 좋다. 그리고 산만하다’라는 말이 적혀있었죠. ‘엘리자벳’ 때부터 도예를 하면서 저를 안정시키려고 했어요. 평소에는 그릇 만드는 취미를 즐기죠. 핑클 멤버 이진이 얼마 전 결혼했잖아요. 제가 직접 만든 그릇을 다 챙겨줬어요. 해야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나뉘어있어야겠더라고요. 요리도 취미로는 즐겁지만 장사가 되면 부담이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공연은 제가 잘 해야만 하는 일이고 요리, 도예는 제가 아무렇게 해도 즐거울 수 있는 취미죠. 행복해지고 싶어요.”

옥주현은 올해 ‘마타하리’ 공연뿐만 아니라 대학 초빙교수로도 임용돼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태고, 그룹 핑클 리메이크 앨범을 혼자 준비 중이다. 이미 ‘마타하리’ 후 출연할 차기작까지 확정해놓은 상태다. 그는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는 일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스스로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다. 한 가정을 위해 나를 희생할 시간자체가 부족하다”며 “일과 연애 중이라고 말하겠다”고 활약을 예고했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오는 3월29일부터 6월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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