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완패였다…오늘은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입력 2016-03-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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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사진제공|구글

인간이 또 졌다. 온 힘을 다해 부딪쳐 봤지만 알파고는 무너질 줄 모르는 철옹성이었다.

2국의 패배는 1국보다 아팠다. 어설픈 신수를 던졌다가 초반부터 꼬여버린 1국과 달리 2국은 이세돌로서는 최선을 다한 일국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회견장이나 국내외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계는 인간의 직관과 감각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던 이세돌이 2국에서는 ‘직관’과 ‘감각’을 버렸다. 대신 안전하고, 예상할 수 있으며, 불리하지 않은 행마로 판을 좁혀 나갔다. ‘감각’이 알려주는 ‘한 방’의 가능성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실리에 주목했다. 이세돌이 버린 것은 직관과 감각만이 아니었다. 이날 바둑에서 이세돌은 자존심마저 슬쩍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이세돌은 졌다. 이세돌과 이날 바둑을 해설한 정상급 프로기사들이 ‘실수’라고 주장했던 알파고의 수들은 몇 수 진행이 되지 않아 ‘일리가 있는 수’로 진화했고, 나중에 가서는 ‘사실은 좋은 수’로 인정되었다. 알파고의 돌들은 바둑판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착시마저 들었다. 인간이 그토록 자랑했던 ‘직관’과 ‘감각’이 닿지 않는 영역을 알파고는 활보하고 다녔다. 인터넷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2국을 해설한 이현욱 8단은 “우리(프로기사)들이 알고 있는 이론으로는 알파고의 바둑을 설명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국 후 침통한 얼굴의 이세돌은 기자회견에서 “완패였다. 초반부터 한 순간도 내가 앞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늘은 할 말이 없을 정도다”라고 씁쓸하게 패배를 시인했다.

연달아 두 판을 내준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2-3의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떼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던 우승상금 100만달러도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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