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허경민.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지난해 두산의 3루 공백 메우며 우승의 숨은 공신 역할
올 시즌 앞두고 평가전서 극도의 타격부진 통해 깨달음
“지난해처럼 충실한 수비와 공격적 타격 유지하겠다”
2015년 두산 우승의 숨은 공신은 3루수 허경민(26)이었다. 당초 3루수를 맡겼던 외국인타자 잭 루츠가 함량미달로 드러나면서 두산의 시즌 플랜이 깨지는 듯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허경민은 두산의 고민을 단숨에 해소해줬다. 타격에서도 117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7(404타수 128안타)이라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 같은 기세는 포스트시즌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에 두산은 지난해 9800만원이던 허경민의 연봉을 올해 일약 2억원으로 올려줘 화끈하게 보상했다.
김현수(28·볼티모어)가 빠져나갔음에도 두산이 여전히 우승 후보로 꼽히는 근거 중 하나로는 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3루수 허경민으로 짜여진 내야진의 견고함이 유지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허경민은 2016시즌을 준비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뜻밖의 타격 슬럼프를 겪었기 때문이다. 안타 1개를 치기가 힘들었다. ‘그깟 평가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인 허경민은 생각이 많았다. 하나에 꽂히면 깊이 빠지는 성격이라 더욱 그랬다.
한국에 돌아온 뒤 만난 허경민은 오히려 초연했다. “일본에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안 좋았을 때 경험을 미리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성실함을 잘 아는 김태형 감독과 박철우 타격코치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너의 것을 하면 된다”며 지켜봐줬다.
허경민은 스스로 지난해의 성적이 자기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고 있다. ‘이제 1년 잘한 것이라 올해까지 잘해야 진짜’라는 생각이 강하다. 스스로 “아직 나는 풀타임 선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겸손함과 별개로 두산에서 그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전 3루수는 물론 정수빈과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룰 것이 유력하다.
허경민은 “부담보다 책임감을 더 가지려 한다. 김현수라는 선수가 빠져나간 것은 팀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현수 선배가 없다고 못하면 핑계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나와 (정)수빈, (박)건우, (최)주환이 형의 과제 같다”고 강조했다.
허경민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시즌에 들어가지 않는 선수다. 한 경기 한 경기 잘 풀어가다 보면 성적은 쌓일 것이라 믿는다. 다만 분명한 목표는 “수비부터 잘하는 것”이다. 두산의 저력은 수비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격에선 “원래 공을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공격적으로 치는 스타일이다. 테이블세터라고 해서 그 스타일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은 허경민이 진지하게 2016시즌과 마주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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