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진구 “늘 오글거리고 싶었다, ‘태후’로 갈증 해소”

입력 2016-03-2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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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래도 되나 싶다. 결혼한 남자 배우를 보면서 마음이 설레는 못된 감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진구(36)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서대영 상사로 분해 데뷔 작 ‘올인’(2003) 이후 오랜만에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서대영은 할 말을 삼키며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한다. 서 상사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은 여운을 남기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진구는 ‘결혼한 줄 몰랐어요’라는 그의 매력을 뒤늦게 알게 된 팬들의 한탄에도 “나한테 늦게 빠졌구나?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유쾌하게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에 감사해 했다.

“결혼한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어쩔 수 없죠. 결혼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인데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는 거 아닙니까. 저한테 좀 더 일찍 빠졌으면 결혼을 못하게 막았었어야죠. 근데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냥 계셔도 상관없을 거 같습니다. (웃음)”

한 아이의 아빠인 진구는 띠동갑 차이나는 후배 김지원과 ‘태양의 후예’에서 애틋하게 사랑을 한다. 유부남에게 멜로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시청자는 보기 싫고 연기자는 하고 싶은 것”이라며 격정 멜로를 선호하는 자신의 취향을 언급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부러우니까 (유부남이 멜로 연기하는 게) 싫을 거 같아요. 제 생각일 뿐이지만 남자들은 멜로드라마를 볼 때 굉장히 좌절하죠. 여자들에게 판타지를 주는 것과 달라요. 남자들은 ‘왜 난 저 남자주인공처럼 못 할까’ ‘난 안돼’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격정 멜로를 가장 선호해요. 배우 박신양의 작품들이긴 한데 ‘약속’ ‘편지’를 좋아하죠. 거친 남자의 멜로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저는 지금까지 멜로물 주인공 옆에 있는 오른팔이었잖아요. 이제는 제 팔로 연기하고 싶습니다.”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줬듯 진구는 과묵함을 넘어 때로는 어두운 성향의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그러나 실제 진구의 성격은 유쾌하다. 연애할 때 “나는 너야”라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 할지라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오글거리는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는 남자다. 대한민국에서 로맨스물을 가장 잘 만든다는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는 진구가 지닌 본래의 매력을 처음으로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오글거린다고 하는데 저는 전혀 못 느끼겠어요. 늘 카메라 안에서 오글거리고 싶었거든요. (웃음) 센 역할만 했었기 때문에 ‘태양의 후예’를 통해선 제가 느끼고 있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죠. 과묵한 이미지가 강해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저는 재미있는 사람이고 대중에게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동안 저와 색깔이 맡는 예능, 코미디 작품을 만나지 못한 거 같아요. 소통이 잘 되고 코미디물을 정말 잘 쓰는 작가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진구는 “가교 역할에 자신 있다”며 “꽃미남 혹은 마초 옆에서도 나는 적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주인공 남녀의 연결고리나 갈등을 일으키는 계기로서도 좋은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강점을 언급,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의 말처럼 진구가 ‘태양의 후예’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전작인 영화 ‘쎄시봉’(2015) 속 정우와의 브로맨스 덕분이다.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조력자로 괜찮은 배우라고 평가받은 것이다. 유시진과 서대영의 케미는 군대라는 칙칙할법한 남자들의 공간에 내리쬐는 한 줄기 빛과 같고, 진구는 서대영의 다양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진구는 ‘태양의 후예’로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를 제대로 맞이했다. 게다가 ‘올인’으로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됐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진구는 그동안 드라마계에서 퇴짜를 많이 맞았다. 이는 영화에 비해 방송 필모그래피가 상대적으로 헐거운 이유고, 그가 예능과 뉴스 말고는 TV를 보지 않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저는 드라마 출연을 기피한 적이 없어요. 드라마 쪽에서 늘 퇴짜를 맞았었고 저한테 손을 내밀어 준 건 영화계밖에 없었죠. ‘올인’ 때 저는 연예인병에 걸렸어요. 세상이 우습더라고요. 하지만 딱 15일 천하더라고요. ‘금방 다시 올라가겠지’ 생각하고 3년이 걸렸어요. 영화 ‘비열한 거리’로 다시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죠. 그전에는 연기하는 게 힘들고 재미가 없었어요. 탈락하기 위한 오디션만 보고 다녔고요. 아직도 선택을 받는 입장이에요. ‘비열한 거리’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제 할 일을 하니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에도 출연하게 되고 여성 팬도 많이 생기는 일을 경험하네요. 좋은 작품에 참여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글만 좋다면 드라마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아! 그 전에 '태양의 후예' 속 구원(진구-김지원)커플의 이야기도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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