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여기는 볼티모어] 짝!짝!짝! 김현수를 웃게 한 ‘박병호 박수소리’

입력 2016-04-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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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박병호(위 사진 가운데)가 5일(한국시간) 오리올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박병호의 시선은 배팅케이지에서 외롭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김현수(아래 사진 왼쪽)를 계속 향해 있었다. 볼티모어(미국 메릴랜드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EPL서 이영표·박지성이 맞잡았던 손처럼…미네소타-볼티모어 개막전, 가슴 찡했던 코리안 선후배의 재회


미네소타와 경기 전 만감 교차한 표정의 김현수, 꼴찌로 베팅케이지에 들어갔다 잠깐 나온 순간, 미네소타 선수들 사이에서 ‘짝짝짝’ 박수소리. 박병호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어둡던 김현수도 사인을 주고받으며 ‘환한 미소’. 김현수가 다시 베팅케이지로 들어간 뒤에도 박병호는 한참 동안 후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백 마디 말보다 찰나의 동작이 더 묵직한 여운을 남길 때가 있다. 그것이 진심을 함축하고 있을 때 그렇다.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의 ‘착한 손’은 그 히스토리를 아는 우리 국민들만이 뭉클함을 공유할 수 있었다. 당시 맞대결에서 이영표의 실수로 박지성이 어시스트를 기록하자 이영표는 고개를 떨궜고, 박지성이 이영표에게 내민 손이 앵글에 잡혀 화제가 됐다. 그 데자뷰가 2016년 4월5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캠든야즈에서 목격됐다. 아주 사소하고 찰나여서 그냥 흘려보내도 될 것 같았던 제스처의 교환에 불과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볼티모어 25인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미네소타와의 개막전에 앞서 만난 김현수(28)는 만감이 교차한 표정이었다. 팀 동료들이 장난을 칠 때 잠깐 웃긴 했지만 어색했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갈 때 김현수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 숙인 채 땅을 보고 걸었다. 후보선수 신분인 김현수는 배팅훈련도 전체 꼴찌로 했다. 동료 선수들이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먼저 휴식을 취할 때 김현수는 배팅케이지에 들어갔고, 미네소타 선수들이 필드로 나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김현수의 위상을 떠올리면 이런 처우를 지켜보는 것조차 처량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김현수가 잠깐 배팅케이지 밖으로 나온 순간, 미네소타 선수들 사이에서 ‘짝짝짝’ 박수 소리 세 번이 들렸다. 국가대표 동료에서 적으로 재회한 박병호(30)였다. 박병호는 손까지 번쩍 치켜들며 김현수를 찾았다. 그 순간 김현수가 웃었다. 아까의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진짜 환한 미소였다. 곧이어 김현수가 다시 배팅케이지에 들어가자 박병호는 김현수를 지켜보며 스트레칭을 했다. 방향은 트레이닝 코치 쪽이었지만 시선은 김현수를 향해 있었다. 훈련을 마친 직후 김현수가 박병호를 향해 둘만이 공유하는 손동작을 보여줬다. 박병호도 미소로 화답했다.

사실 박병호도 긴장되기는 매한가지였다. 경기 전 개방된 미네소타 클럽하우스에서 박병호를 찾을 수 없었다. 오직 개막전에 집중하고픈 심정이 전해졌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박병호의 표정은 밝았지만 행간에는 비장함이 읽혔다. 그러나 후배 김현수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마음고생을 겪고 있는 현실을 알기에 자신의 초조함은 내색하지 않고 일부러 더 밝게 행동해 잠깐이나마 김현수를 웃게 만든 것이다. 박병호는 “먼 미국 땅에서 김현수와 경기하는 자체가 반가워서 그랬다”고 밝혔다. 김현수도 “(박)병호 선배와 경기 전 따로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투적인 말보다 더 진심어린 무언가를 박병호는 김현수에게 전했다.

볼티모어(미국 메릴랜드 주)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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