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헨리 채드윅…박기철 짧은생 마감

입력 2016-04-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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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스포츠투아이㈜ 박기철 부사장.

스포츠투아이 부사장 심장마비 별세

‘미국야구 기록의 아버지’가 헨리 채드윅(1824∼1908년)이라면, 그는 ‘한국의 헨리 채드윅’이라 불릴 만하다. 한국야구사에서 그를 빼놓고 야구기록과 통계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야구 기록의 아버지’는 58세를 일기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스포츠투아이㈜ 박기철 부사장(사진)이 6일 새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갑작스러운 부음에 야구계는 슬픔에 잠겼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청주고와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82년 KBO에 입사해 원년부터 기록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야구 기록과 통계에 심취해 있던 고인은 일본식 기록법을 미국식 기록법으로 바꾸는 등 초창기 한국프로야구 기록의 기초를 정립하고 체계를 잡았다.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통계학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를 연구하는 모임인 SKBR(Society for Korean Baseball Research)을 만드는 등 그는 기록과 통계 분야의 선구자로 통했다. 또 1985년 KBO에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KBO리그의 기록과 통계의 체계화에 앞장섰다.

1994년까지 KBO 공식기록위원으로 활동한 고인은 후배 공식기록위원들의 사표가 됐다. KBO 김제원 기록위원장은 “내가 1991년 공채 2기로 입사했는데, 나를 직접 뽑아주신 분이다”면서 “야구경기가 끝나면 늘 소주를 마시면서 후배들과 야구 얘기를 하는 걸 즐기셨다. 야구 자체를 사랑하신 분이다. 우리나라 기록위원들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추억했다.

고인은 기록위원으로만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한 것이 아니었다. 1995년 KBO 기획실장에 임명된 뒤 “KBO가 통합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훗날 KBOP(KBO 마케팅 자회사) 탄생의 초석을 다졌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될 당시엔 맨발로 뛰며 트라이아웃 캠프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1998년 KBO에서 퇴사한 고인은 1999 년 한국야구정보시스템 창설을 주도했다. 미개척 분야에 뛰어들어 재정적으로 어려웠지만 서울 신사동의 지하 건물에서 야구 기록의 전산화에 매진한 뒤 한국 최초의 스포츠통계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를 탄생시켰다. 한국프로야구는 물론 한국프로스포츠산업 전체가 이로 인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한국야구는 앞으로도 그의 머리를 많이 빌려야하는데,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 너무나 안타깝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11 호실, 발인은 8일 오전, 장지는 천주교용인공원묘원. 02-2290-9462.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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