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킹’ 이경규의 위엄…패널로 되찾은 예능 황제

입력 2016-04-11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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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경규가 예상을 뛰어넘는 콘텐츠 장악력으로 젊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경규는 최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시작으로 '능력자들', '예림이네 만물트럭', '나를 돌아봐' 등 전성기 못지 않은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프로그램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면서 그는 '갓경규', '킹경규'라는 애칭까지 얻어내며 전에 없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경규는 그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기존에 그가 걸어온 길과는 매우 다르다. 언제나 장시간의 녹화와 지루한 코멘트를 참지 못하며 '예능의 효율성'을 강조하던 그가 스스로 진행자 자리에서 내려와 본인의 이상을 직접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KBS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최근 '마리텔' 속 이경규의 모습이다. '마리텔' 첫방송에서 자신의 애완견과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을 내세워 일명 '눕방(눕는 방송)'을 선보였다. 댄스나 요리 같은 콘텐츠와 달리 움직임을 최소화 해 1위를 거머쥔 것이다.

이어 그는 여세를 몰아 낚시 방송을 선보였다. 바둑과 더불어 젊은 층이 가장 기피하는 여가 중 하나인 낚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이경규는 이경규였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 낚시에 '붕어 20마리를 잡지 못하면 입수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어 예능적인 요소를 더했다.

이같은 전략에 이경규는 또다시 1위를 거머쥐었다. 이 두 편의 에피소드는 콘텐츠의 승리라기 보다 이경규의 클래스를 더욱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봐야 맞다. 누구나 들고 나올수 있는 콘텐츠에 이경규의 입담만을 더해 만든 1위이기 때문.

사진제공│MBC


이런 이경규의 승승장구에 시청자들이 불현듯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바로 MBC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누워서 하는 방송을 만들겠다", "이제 패널이 되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던 이경규의 선전포고다.

이후 이경규는 자신의 말을 지키듯 MC에서 내려와 1인 방송 PD가 되고, 후배 박명수의 매니저가 됐다. 이제 그는 스스로 콘텐츠를 결정하고, 웬만한 제작진은 꼼짝도 못하게 만드는 '최강의 패널'이 되어 예능계를 장악하고 있다.

어쩌면 트렌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예능인은 젊은 스타들이 아닌 베테랑 이경규가 아닐까 싶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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