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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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해피선데이’ ‘해피투게더’ ‘개그콘서트’만 가지고 예능 장사를 할 모양이다. 성급한 공영 방송의 편성 놀이에 이 세 프로그램을 제외한 수많은 예능이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희생의 칼날은 ‘나를 돌아봐’를 겨냥했다. ‘나를 돌아봐’가 폐지설에 휩싸인 것이다. 일단 KBS 측은 동아닷컴에 “결정된 바 없다”고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윗선을 중심으로 이서진·노홍철·김종국이 진행하는 ‘어서옵쇼’가 ‘나를 돌아봐’의 자리를 꿰차기로 사실상 이야기된 듯하다.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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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봐’는 조영남·김수미의 하차 번복, 최민수 PD폭행, 장동민 말실수 여파로 인한 하차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나를 돌아봐’는 이경규·박명수, 송해·조우종, 박준형·잭슨 세 커플을 중심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인 이경규와 박명수는 버럭 커플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경규가 박명수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다. 실제로 두 사람의 분량은 이경규와 박명수 아이디어로 꾸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BS2 ‘남자의 자격’식 아이템을 주장하는 이경규와 MBC ‘무한도전’표 예능을 이야기하는 박명수의 케미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송해는 ‘나를 돌아봐’를 통해 첫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젊은 시청자들과 가까워졌다. 그를 ‘해형’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는 조우종 KBS 아나운서에게 인생을 가르치며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감동을 더하는 주축이다. 박준형과 잭슨은 방송을 떠나 진지하게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오죽하면 제작진조차 “너무 진지해서 재미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정해진 규칙이 아닌 실제 모습 그대로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에 제격인 출연자다.

세 팀의 각기 다른 개성과 재미로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나를 돌아봐’. 지난해 말에는 13.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금요일 예능의 강자 SBS ‘정글의 법칙’, tvN 나영석PD 여행프로젝트와 비등하게 경쟁했다. 물론 현재 ‘나를 돌아봐’는 시청률5~7%대를 기록 중이다. 정점을 찍었던 예전 시청률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꾸준한 시청층이 있다는 면에서 ‘나를 돌아봐’의 성장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KBS 역시 ‘나를 돌아봐’를 신선하다고 평가, 프로그램이 지닌 가능성을 보고 정규 편성을 결정했다. KBS가 ‘나를 돌아봐’를 폐지한다면 가능성을 잘못 알아본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우스운 꼴이 될지도 모른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