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헌의 사커 드림] ‘전북 잡는 기적’을 꿈꾸는 조덕제 감독

입력 2016-04-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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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무대를 밟은 수원FC는 6라운드까지 1승4무1패로 선전하고 있다. 클래식 잔류가 1차 목표라는 수원FC 조덕제 감독은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지해 축구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태극마크 단적 없는 비주류 감독
클래식 승격 후 ‘막공’ 뚝심 축구
“질때 져도 꼬리 내리지는 않을 것”

집안의 막내는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막내는 누구나 탐내는 먹잇감이다. 쟁쟁한 형님들이 즐비한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선 더 그렇다. 기존 구단들에게 막내는 ‘승점 3점을 챙길 대상’일 뿐이다. 비기기만해도 손해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수원FC는 올 시즌 클래식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03년 아마추어팀으로 시작해 K2∼내셔널리그∼챌린지(2부리그)를 거쳐 한국축구의 최상위 무대에 섰다.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6라운드까지 1승4무1패를 거뒀다. 16일 선두 FC서울에 0-3으로 패하며 첫 아픔을 맛봤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당당하고 패기가 넘친다. 특히 서울을 상대로 수비 위주가 아닌, 특유의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막무가내식 공격)’으로 맞불을 놓는 뚝심도 보여줬다.

수원FC를 이끄는 조덕제(51) 감독은 대우 로얄즈(1988∼1995년)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했지만, 스타 출신은 아니다. 태극마크 한 번 단적이 없다. 9차례 수술을 받는 등 순탄치 않은 선수시절을 보냈다. 9번째 수술 이후 몸이 회복되지 않아 은퇴했다. 모교인 아주대 코치와 감독을 거쳐 2012년부터 수원FC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뒤 프로에서 외면 받으며 철저히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조 감독은 “내가 클래식 팀의 감독이 될 것이라고는 0.01%도 꿈 꿔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챌린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지난해, 당시 클래식 소속이던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에야 비로소 ‘기회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열심히 묵묵히 할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신념으로 삼고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인 서울을 상대로 소신을 고집하다 완패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조 감독은 “전반 종료 직전 골을 먹기 전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며 “처음부터 ‘꼬랑지’를 내리고 싶지 않았다. 질 때 지더라도 적어도 내가, 우리 팀이 추구하는 축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수원FC와 조 감독의 올 시즌 1차 목표는 클래식 잔류다. 막강한 형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도 이를 알고 있다. 승점 1점이 궁한 시즌 막판에는 막공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시밭길을 걸어온 조 감독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태세다. “가능한 한 내 스타일, 우리 팀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조 감독은 클래식 잔류라는 큰 목표와 함께 또 다른 꿈도 꾸고 있다. K리그 최강이라는 전북현대를 한 번 꺾어보겠다는 야심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전북처럼 화려하고 빼어난 선수들은 아니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뛰는 끈끈한 선수들”이라며 “전북을 꼭 한 번 이겨보고 싶다. ‘이변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K리그의 역사를 새롭게 쓰며 클래식에 진입한 구단도 그렇고, 숱한 역경을 극복해온 ‘잡초’ 감독의 인생 역정도 겹쳐서인지 올해 K리그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팀이 수원FC다. 조 감독의 꿈이 이뤄질지, 아니면 일장춘몽으로 끝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구단 살림살이도, 선수층도 넉넉지 않은 막내가 맏형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는다면, 다윗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수원FC는 30일 적지인 전주성에서 전북과 첫 대결을 펼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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