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vs“유사성多”…‘피부사’ 결국 법적분쟁 예고 [종합]

입력 2016-04-25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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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vs“유사성多”…‘피부사’ 결국 법적분쟁 예고 [종합]

뜨거운 진실 공방이다. 종영을 앞둔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극본 류용재 연출 김홍선)의 표절 시비가 양측의 상반된 입장으로 대립하고 있다.

앞서 웹툰 ‘피리 부는 남자’ 고동동 작가는 2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피리 부는 사나이’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고동동 작가는 “‘피리 부는 사나이’를 집필한 류용재 작가가 자신이 2014년 참여한 한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다”며 자신이 출품한 작품과 ‘피리 부는 사나이’ 간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용재 작가는 25일 ‘피리부는 사나이’의 제작사인 콘텐츠케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류 작가는 “2014년 고동동 작가가 응모한 공모전에 심사를 본 것은 맞지만, 원안을 확인한 결과 두 작품 사이 공통분모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동동 작가가 주장한 제목이나 모티브 간 유사성에 대해서는 “독일 구전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영화나 웹툰 등에 영감이 됐다.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류 작가의 입장에 고동동 작가는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류 작가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고동동 작가는 “유사한 장면이 수차례 발견됐다”며 “이는 법적대응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피리부는 사나이’는 유종의 미는커녕 표절 문제가 법적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향후 이 문제의 결말이 주목된다.


다음은 류용재 작가의 공식 입장 전문이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를 쓴 류용재 작가입니다.

고동동 작가님께서 제기하신 작품의 유사성을 인터넷에서 접하고, 처음엔 무척 놀라고 당혹스러웠습니다.

2014년 당시 제가 심사에 참여했을 때 봤던 작품이 맞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제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기보단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고, 저작권자인 고작가님의 동의를 구해 광주로 직접 찾아가 자료를 읽어 보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한 결과, 저는 제가 쓴 작품과 고작가님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주요배경’과 ‘컨셉’, ‘사건의 전개과정’과 ‘등장인물과 그들 사이의 관계’ 등 내용적인 면에서 여러가지 차별점이 존재합니다.

먼저 고작가님의 작품은 주요배경이 ‘지하철’입니다.

저작권자인 고작가님의 허락 없이 작품의 세부를 설명할 순 없지만 핵심 컨셉을 제 나름대로 요약하자면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테러, 7개의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여야 하는 살인게임’이 주된 내용입니다.

반면 제 작품은 주인공이 협상가이기에 필연적으로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테러나 인질극, 납치, 비행기 피랍 등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이를 주인공이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컨셉으로, 이 중에 지하철은 배경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두 작품의 사건 전개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심 캐릭터 또한 제 작품은 두 명의 네고시에이터와 앵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고작가님의 작품과 공통분모가 전혀 없습니다.

고작가님의 주장대로 두 작품은 몇가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독일에서 구전되어 온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따온 제목과 모티브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독일의 구전 동화가 수 세기 동안 독일을 비롯한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작품으로 재구성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피리 부는 사나이’,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피리 부는 남자’(고작가님의 작품과는 다른 작품입니다), 영화 ‘손님’ 등 많은 작품이 같은 원전으로부터 제목이나 모티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캐릭터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테러를 통한 사회적 복수’라는 키워드 역시 ‘더 테러 라이브’나 ‘모범시민’ 등 많은 작품들이 공유하고 있는 모티브 입니다.

이렇듯 고작가님께서 두 작품의 유사성으로 제시하신 키워드들은 다른 창작물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구상할 수 있고, 작품화할 수 있는 소재인 것입니다.

저는 2009년 강연으로 경찰대학교 협상전문 교수님과 인연을 맺으며 협상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4년 심사에서 고작가님의 작품을 접하기 훨씬 전인 2010년부터 ‘네고시에이터’라는 제목으로 해당 소재를 다루는 드라마 아이템을 개발해왔습니다.

고작가님의 ‘순환선’이 담당멘토님과 5개월 간의 멘토링을 통해 ‘피리 부는 남자’가 된 것처럼, 제 작품 또한 그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최초에는 천재적인 협상가와 실력은 부족하지만 타인을 잘 이해하는 또 다른 협상가가 테러와 같은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였고, 여기에 전체극에 걸쳐 목표가 되고 긴장감을 줄 존재가 필요하다 느껴 셜록 홈즈의 ‘모리어티’와 같은 범죄컨설턴트, 또는 테러의 배후조종자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러 재난상황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현실 속 일들을 취재하게 되면서, 비록 옳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에 생각이 미쳤고, 비로소 이 캐릭터는 인물표에서 ‘모리어티’가 아닌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작품의 주제와 연결된다고 여겨 제목도 바꾸었는데, 제가 고작가님의 작품을 도용했다면 굳이 ‘네고시에이터’가 아니라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제목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개발 과정은 제 이메일과 에버노트 등에 상세히 기록으로 남아있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저는 제 작품에서 힘없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로 ‘피리부는 사나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 필력이 부족하고 경험도 많지 않아, 원래 전하려던 메세지를 작품에 잘 녹여내었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를 갖고 작품을 쓰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훔칠 만큼 파렴치하지는 않습니다.

부족하지만 조금 앞서가는 입장에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심사와 멘토링을 자처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고작가님께서도 본인의 작품을 준비하시며, 제 드라마가 올라가는 걸 보셨을 때 심정이 어떠셨을지도 이해가 가지만, 그 사이 공모주최측이나 담당 멘토분을 통해서, 또는 저에게 직접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하시고, 사실 확인을 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에 인터넷과 기사를 통해 이슈를 제기하신 부분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고작가님의 ‘피리 부는 남자’가 제가 쓴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좋은 스토리이고 완성도 있는 웹툰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제 15, 16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보시고, 전체의 이야기와 고작가님께서 공모전에 제출하신 이야기를 비교해 보신다면, 두 작품이 서로 다른 작품이라는 걸 아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긴 글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웹툰작가 고동동의 공식 입장 전문이다.

피리부는 남자의 고동동 작가 입니다.

1. 작품의 유사점

제가 쓴 “피리부는 남자” 시나리오는, 부패한 권력자들에 의해 벌어진 국가적 참사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부패한 권력자들을 처단하고, 국가적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를 동화 피리부는 남자의 상징과 연계하여 해석한다는 점, 테러의 중요한 방법으로 가스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 등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제 작품의 특징들은 이전에 공표된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들이며, 특히 부패한 권력자들에 의해 희생된 자들이 복수를 위해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줄거리를 동화 피리부는 남자의 상징을 통해 해석하는 것. 이 과정에서 언론과 방송이 결정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점 등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선례가 없습니다. 류 작가가 언급한 다른 작품들 역시,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지금 정리한 제 작품의 특징과는 별다른 유사점이 없습니다.

그 외 유사점을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표현된 장면 중에서 유사한 장면들이 여럿 발견됩니다.

일단 최초 도입부에서 피리부는사나이의 동화 내레이션이 깔리면서 시위 장면이 등장하는 것부터 두 작품이 거의 유사합니다. 또한, 테러리스트가 등장할 때 피리를 불거나, 휘파람을 부는 장면, 실시간 방송을 통해 테러리스트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장면 등 중요 장면의 표현 방법이나 내용이 다수 일치합니다.

둘째, 캐릭터들의 설정, 그리고 캐릭터들의 대립구도가 거의 동일합니다.

테러리스트의 경우, 제 작품의 홍보담당관과 드라마의 윤희상, 제 작품의 이희도와 드라마의 정수경은 거의 동일한 캐릭터입니다.

부패한 권력자의 경우도 드라마의 서건일 회장은 제 작품의 박영춘 의원, 드라마의 경찰청장은 제 작품의 경찰총장, 드라마의 방송국 국장은 제 작품의 김기산 의원과 캐릭터, 담당한 역할 등이 거의 동일합니다.

게다가 여성 형사의 등장, 맡은 역할 역시 두 작품 모두 거의 동일하며, 드라마의 서건일 회장과 제 작품의 박영춘 의원 모두 자녀가 작품에 중요하게 등장하고, 그 성격이나 스토리 속에서의 역할 모두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제1 권력자의 자녀 부분과 관련하여, 자녀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고, 이 납치 사실이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내용은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납치와 관련된 줄거리는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어떤 식으로든 드라마에 언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언급한 것 이상의 구체적인 유사점 역시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 진행될 법적 대응 등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입니다.

2. 류 작가의 시나리오 심사 관여

이 부분에 관한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합니다.

저는 2014년 당시 광주 정보 만화 산업 진흥원 공모에 제가 10년 이상 구상해 온 이 시나리오를 공모했습니다. 이 당시 류 작가는 이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습니다.

이 공모는 3차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각 단계마다 심사위원 등의 조언에 따라 수정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출하여 다시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1차에 “순환선”이라는 이름의 시나리오를 제출했고, 2차, 3차에서는 이 시나리오를 고쳐 쓴 ‘피리부는 남자’라는 시나리오를 제출했습니다.

류 작가는 이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을 담당했는데, 제 작품에 대해 조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제가 진흥원에 연락하여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적어도 1차와 3차에서 류 작가가 제 작품을 심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제출한 심사의견서 등의 자료는 확인된다고 합니다. 즉 류 작가가 3차심사에 제출된 제 작품의 최종 시나리오에 관해 심사표를 쓸 정도로 실질적으로 검토했다는 것은 진흥원 내의 자료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진흥원이 제게 말해준 사실관계입니다.

그러므로 류 작가가 제 작품에 관한 심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심사위원이었다는 사실은 진흥원 등에서도 쉽게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tvN·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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